역대 한국 사격 최연소 금메달
전날 본선 올림픽 신기록 이어 결선도 신기록
2024 파리올림픽에서 국민들에게 연일 짜릿한 놀라움을 선물하고 있는 한국 사격 대표팀이 이틀 연속 금메달 정중앙을 맞췄다. 사격 대표팀 역대 최연소 선수인 반효진(16·대구체고)이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10m 종목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중국 황위팅을 주저 앉히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동시에 이날 반효진의 쾌거로 역대 하계 올림픽 금메달 99개를 달성했던 한국은 100번째 금메달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반효진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 우리 사격 선수단 4번째 메달이기도 하다.
한국 사격은 대회 첫날인 27일 공기소총 10m 혼성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은메달을 따고, 28일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는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반효진과 중국 황위팅의 경기는 단 한 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결선 경기는 각 선수가 10발씩 쏜 다음부터는 2발 쏠 때마다 점수가 가장 낮은 1명씩 탈락하는 방식이며, 1발당 만점은 10.9점이다.
반효진은 경기 초반부터 공기소총 혼성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황위팅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 계속해서 10점대 고득점 행진을 벌이던 반효진은 8발째에 9.7점을 쏴 잠시 순위가 내려갔으나 곧바로 9발째 10.8점으로 만회했다. 결국 10발 사격을 마쳤을 때 반효진은 104.8점으로 2위에 자리했다.
이후 두 발씩 쏘고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시리즈에서도 반효진은 강심장다운 면모를 뽐냈다. 특히 13발째 사격에서는 10.9점 만점을 적중시켜 선두를 달리던 황위팅과 격차를 0.5점으로 좁혔다.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환호성으로 바뀐 것은 16번째 사격에서 반효진이 또 한 번의 10.9 만점을 쏘았을 때였다. 반효진은 0.1점 차로 역전에 성공해 순위표 꼭대기로 나섰다. 그리고 17번째 발에서는 10.6점 쏴 황위팅과 격차를 또 0.1점 벌렸다.
반효진은 19번째 발에서 황위팅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20번째 발에서 다시 0.1점 차로 앞서갔다. 21번째 발에서는 10.7점을 명중해 황위팅과 격차는 0.3점까지 벌어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반효진이 자신을 앞서 나가자 세계 최강 황위팅이 먼저 흔들렸다.
황위팅은 22발째에 9.6점을 쐈고 반효진은 1.3점 차로 앞섰다.
하지만 반효진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3번째 발 9.9점, 24번째 발 9.6점으로 황위팅과 동점이 되며 추격을 하용했다. 결국 슛오프까지 간 반효진은 다시 침착하게 10.4점을 쏴 10.3점에 그친 황위팅을 제치고 금메달을 확정했다. 반효진은 251.8점으로 이 종목 올림픽 결선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만 16세 10개월 18일로 메달을 딴 반효진은 한국 사격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웠다. 1992 바르셀로나 여자 공기소총 금메달 여갑순과 2000 시드니 여자 공기소총 은메달 강초현에 이어 여자 사격 고교생 메달리스트 계보를 이었다.
반효진은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린 2021년에야 처음 사격을 시작해 경력이 3년밖에 안 되는 선수다. 하지만 ‘사격 천재’라는 수식어가 부족할만큼 이번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역대 한국 사격 최연소 올림픽 출전 선수라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에 만족해야 했던 한국 사격은 파리에서 사흘 만에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일각에선 사격 황제 진종오가 공기권총 10m와 50m에서 금메달 2개를 얻고 여자 전용 종목인 25m 권총에서 김장미가 깜짝 금메달을 쏜 2012 런던올림픽의 대 기록을 이번 파리에서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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