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에 대해 각국 정상들이 한 목소리로 테러를 규탄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바이든 행정부를 원인으로 꼽았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이 테러 시도가 미국 행정부에 의해 조직됐다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현재의 미국 행정부가 공격을 유발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사법적인 절차를 포함해 트럼프를 정치 무대에서 제거하려고 하거나 이미지를 실추하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한 후 (우리처럼) 외부에 있는 관찰자들은 그의 생명이 위태로워 보였다”고 언급했다.
바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은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다른 나라의 일에 간섭하는 미국의 태도가 트럼프에 대한 공격 원인”이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방의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데 쓰는 돈을 경찰력을 보강하고 다른 법질서를 보장하는 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골치 아픈 대통령(후보)을 없애보려는 방법들이 모두 소용없어지면 옛 시절의 리 하비 오스왈드가 등장하는 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리 하비 오스왈드는 1963년 서거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암살범으로, 배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혹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있다는 음모론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끊임없는 지원에 불만이 있는 미국 내 여론을 방증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608억달러(약 84조원)의 예산안을 미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등 막대한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스팅어 대공 미사일, 고속기동포병시스템(하이마스)에 이어 러시아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300km의 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에이태킴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등을 통해 자신이 대통령에 재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매우 빠르게 끝내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 발언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반응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종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축소·중단,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인정 뒤 휴전 협상 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에도 굳건히 맞서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달 초 영국 총선에서 승리해 새롭게 취임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엑스를 통해 “충격적인 장면에 경악했다”고 밝히면서 “우리 사회에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번 공격의 희생자 모두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4일 “암살 시도의 피해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이번 일은 우리 민주주의에 일어난 비극으로, 프랑스는 미국 국민의 충격과 분노를 함께 나눈다”고 SNS에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엑스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며 “끔찍한 정치 폭력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정치 폭력도 강력 규탄한다”며 “관련 사항은 윤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됐고, 윤 대통령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고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을 미국민들을 위로하며, 한국민들은 미국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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