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2024북한인권보고서’ 발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악법 근거로 공개처형까지
심각한 여성 인권 유린 실태 드러나
“2014년경 평양산원에서 장애가 있는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죽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기를 엎어놓고 있으면 숨을 쉬지 못해 죽는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북한 당국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고 병원과 가족이 상의하여 죽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북한에서의 끔찍한 장애인 차별 등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통일부는 27일 남한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시청하고 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에 의해 공개처형된 사례 등 다양한 조사 내용을 담은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많은 탈북민들의 증언을 인용해 만들어졌다. 북한 당국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주민 통제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외부정보로부터 주민들, 특히 청년층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법을 내세워 교양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동향도 드러났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어긴 사람들은 살인 등 강력 범죄와 마찬가지로 공개처형이 실시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휴대전화기를 수시로 검열하여, 주민들이 주소록에 ‘아빠’, ‘쌤’ 등 한국식 말투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 단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는 행위,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는 행위,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행위 등도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 탈북한 한 여성은 “손전화기를 들고 걸어가면 단속원들이 와서 손전화기를 다 뒤져본다. 주소록도 살피는데 예를 들어 ‘아빠’라는 표현은 우리식이 아니라고 단속한다. 주소록에는 이름만 있어야지 그 앞에 별명을 붙여서도 안 된다. 선생님도 ‘쌤’이라고 쓰면 단속된다”고 증언했다.
여성들의 인권도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탈북여성은 “남편은 매일 같이 술을 마셨는데 술을 마시기만 하면 저를 때렸다”며 심지어 망치, 도끼, 칼 등을 던지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라 참고만 살았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내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및 성폭력 등은 일상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탈북여성은 “밤에 어딜 나간다거나 낮이라도 후미진 곳에 가는 것은 곧 강간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성폭행이 너무도 만연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살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2024북한인권보고서’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것이다. 작년 보고서의 근간이 된 탈북민 508명의 증언에, 2023년 조사한 141명의 증언을 추가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됐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선 여전히 민주당 몫 이사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의 이사회는 통일부장관이 추천한 2명, 국회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한 5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법 내용(북한인권법)에 검토할 부분이 있어 내부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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