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
대통령실의 오찬 회동 제안도 거부
윤 대통령 이미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찬 회동
홍준표 대구시장이 4·10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원인을 오롯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돌리는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말은 최근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두고 “윤석열 정권 황태자 행세로 윤 대통령 극렬 지지세력 중 일부가 지지한 윤 대통령의 그림자였지 독립 변수가 아니었다”며 “황태자가 그것도 모르고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을 뿐이고 당내외 독자 세력은 전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응대로 보인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은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누가 저에게 그렇게 해 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한 전 위원장은 “정교하고 박력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정교’하게 조율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될만한 말을 덧붙였다.
홍 시장 등이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한 전 위원장을 거론하며 공격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발(發) 각종 악재가 패배의 근본 원인이고, 한 전 위원장이 그런 상황에서도 분투해 개헌 저지선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기류가 물 밑에서 흐르고 있다.
동대문갑에서 낙선한 김영우 전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크게 보면 이번 선거의 흐름은 정권심판”이었다며 “우리당이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야 덧붙일 수 있겠지만 역시 아쉬움이지 비판이나 원한의 대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연판장으로 엉망이었던 전당대회, 비정상적인 강서구청장 공천과 선거 참패,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의대정원 논란과 이종섭, 황상무 사건은 가히 놀라웠다”며 “그래도 한동훈 전 위원장의 지원유세로 소위 보수층의 자포자기와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선거 참패의 원인을 한 전 위원장이 아닌 윤 대통령에게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동시에 그는 “야당의 무지막지한 의원들이 청담동 술판 괴담을 비롯해 대통령실과 정부에 폭격을 가할 때 혈혈단신 막아낸 한동훈, 너무 절망적이고 암울한 당에 들어와 비대위원장을 맡아준 한동훈, 그나마 총선을 치를 수 있게 불을 붙여준 한동훈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언급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한 ‘한동훈 비대위’ 소속 인사들에게 오찬 회동을 제안했으나,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를 들어 거절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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