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당분간 소환 조사 힘들어” 밝혀
이 대사 측, “소환 계획 없으면 왜 출국금지했냐” 강하게 반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이종섭 주호주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사가 예상보다 빠른 21일 전격적으로 귀국하며 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공수처 내부적으로는 수사 여건상 내달 10일 총선 이전에 소환 조사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몇 차례나 연장하고 출국금지 해제에 대해 반대 의견까지 냈다고 알려진 공수처의 입장이 궁색해졌다.
MBC의 보도와 뒤 이은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의 소재가 공수처에서 유출된 자료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소환조사가 불가능할 정도의 수사만 진행되었다는 것은 공수처가 야권과 공모해 정치적 행동을 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출입 기자들에게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공지했다.
공수처는 “수사팀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신중모드를 이어왔던 공수처가 전날 이 대사의 전격 귀국으로 압박이 한층 강화되자 현시점에서 사실상 조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 대사는 전날 오전 정부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하면서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소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변호인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이 대사는 주요 국내 일정으로 내달 4일까지 열리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이후 2+2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 회의 준비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 대사가 거론한 4월 4일은 물론이고 10일 총선 전까지도 소환은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언제쯤 조사가 가능할지는 일단 증거물 분석, 참고인 조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국방부 조사본부·검찰단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아직 압수물 포렌식·분석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 대사가 임의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도 마찬가지다.
이 대사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법조 시자단에 “당분간 소환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며 “변호인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김 변호사는 “소환조사 준비가 아직도 안 돼 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출국금지와 해제 반대에 무슨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었던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수처가 부르지 않는데 자진 출석하는 쇼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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