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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도 준연동형?’ 이재명 대표, 준연동형 선거제도 고수 발표

이 대표, 민주당도 위성정당 만들 것

위성정당 금지하겠단 대선공약 못지켜

이 대표,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10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5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속마음도 준연동형?’ 이재명 대표, 준연동형 선거제도 고수 발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_

또한 이 대표는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 반대로 실패했다”면서 “거대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다른 쪽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 칼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현행 준연동형 제도를 민주당과 정의당의 야합으로 보고 있으며 병립형을 당론으로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의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창당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포기해 손해를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 이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자마자 국민의힘은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게 민주주의인지 묻고 싶다”며 “왜 5천만 국민이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느냐. 왜 한 사람의 의사가 뭔지에 대해 모든 사람이 집중해야 하는 건가”라고 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이 제도가 정의당의 원내 진입과 민주당이 추진한 공수처법 처리를 주고받은 ‘야합’이었다고 상기시킨 뒤 “결국 민주당은 정의당의 뒤통수를 쳤다”며 “그 과정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또다시 민주당 ‘정략의 산물’이 탄생했다”며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도가 거대야당 민주당도 아닌, 사실상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상식 밖의 현실이 참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박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말을 돌려가며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지만, 결론은 ‘준연동제’였고 결국 그럴싸하게 포장한 위성정당인 ‘통합형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오랜 시간 선거제에 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은 병립형에 대한 속마음과 준연동형에 대한 명분 사이에서 주판알을 튕긴 결과이다.

이 대표는 작년 11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며 병립형으로 가자는 군불을 때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병립형으로 가는 불이 활활 타오르진 않았다.

오히려 이탄희 의원 등 8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비례 몇석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을 막아야 한다”며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연동형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후 정청래 의원이 권역별 병립형을 두고 전 당원 투표를 부치자며 이 대표를 지원사격 했지만 민심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이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 발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 분석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표의 준연동형 제도 유지 발표가 명분 쌓기일 뿐 본심은 권역별 병립형 제도에 있다고 분석한다.

(자료=연합뉴스)

이 대표가 4·10 총선 이후에도 본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정국을 이끌기 위해선 자기 사람을 국회 내로 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준연동형 제도 아래에선 이해 관계가 제각각인 각 정파의 몫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정치적 성공의 발판을 닦아 나갈 때 그리고 취약한 당 내 기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 당 대표까지 오를 수 있었던 과정에는 물심양면 자신을 도왔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번 4월 총선은 그들이 이제 보상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점이며 보상이 없으면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이미 정권을 뺏긴터라 의원 자리가 아니면 특별히 내어줄 자리도 없는 상황이다보니 오랜 노력의 과실을 챙겨야 한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이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는 조급함조차 갖고 있을지 모른다.

이 대표는 이들을 최대한 공천에서 배려해야 하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병립형으로 가야만 이 대표가 한 석이라도 더 자기 사람을 국회로 보낼 수 있다.

동시에 전략상 이 대표가 현재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을에서 나오는 것은 유리한 방향이 아니다. 국민의힘에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빅매치를 하겠다며 공천 신청을 했고 연일 이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또한 이 대표와 맞붙겠다고 발표했다.

만약 이 대표가 지역구로 출마한다면 선거 결과야 어찌 되었든 4·10 총선의 하이라이트는 인천 계양구 을이 될 것이다. 이재명, 원희룡, 유동규 모두 입담이라면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으니 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 중계가 대선후보 TV토론 급의 주목을 받고 유세 현장이 연일 메인뉴스를 장식할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이재명 대표가 지역구로 출마하게 될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굳이 그런 길을 애써 가진 않을거라고 예측하는 의견이 더 큰 듯하다. 즉, 이재명 대표는 비례로 의원직을 유지한다는 것으로 저울추가 기우는 것이다.

이 대표가 준연동형 제도 아래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위성정당에 가입해 비례를 신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당 대표가 비례를 신청한다면 지역구 의석 목표를 높게 잡고 그에 맞추어 한참 뒷 순번으로 들어가야 국민적 호응을 받는 법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대표의 선택은 병립형일 수밖에 없다.

일단 오늘 이 대표는 외견상 준연동형을 지지한다는 모양새는 갖추었다. 하지만 이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향후 진행될 선거제 관련 협상에 이 대표가 얼굴을 드러낼 일은 없다.

결국 정치적 화합인지 야합일지 모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병립형을 고수하는 국민의힘에게 선거제를 양보하겠다고 나서면 이 대표라고 해서 극구 준연동형을 외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은 결국 최악의 최악을 가정하며 판단하는 법이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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