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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남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할 때’ 이준석 개혁신당의 비전은?

이준석 대표는 개혁신당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 풀어주어야

尹·韓 관전평이 아닌 개혁신당 비전 제시에 집중해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가 24일 합당을 발표했다.

20일 개혁신당 창당대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관을 양향자 의원 명의로 했다는 소문과 함께 자리를 함께한 양 의원이 개혁신당의 상징색인 오렌지 색상 정장을 입고 등장했을 때부터 예상되었던 합당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와 양 대표는 “우리는 서로의 비전과 가치에 동의한다”며 “개혁신당이 한국의희망이고, 한국의희망이 개혁신당이다”라고 발표했다.

‘이제는 남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할 때’ 이준석 개혁신당의 비전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4일 합당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이 비전으로 내세우는 구호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다. 하지만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활동 중 무엇이 비전 제시인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전면에 내세우는 구성원들의 나이가 기존 정당보다 조금 어리다는 점을 제외하고 무엇이 얼마만큼 다른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도 없다.

현재 개혁신당의 구심점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들이 아바타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비난 뿐이다. 윤 대통령에게 향하던 비판과 비아냥을 넘나드는 독설이 최근 들어선 급부상한 한 위원장에게 집중된다는 변화는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신당 창당 작업과 개혁신당 주도의 빅텐트 설치만으로도 바쁠텐데 연일 관심사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다. 이 대표는 큰 불인줄 알았지만 금방 사그라들고만 尹·韓 갈등 국면을 두고 22일에 이어 23일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서도 정치 기획이란 주장을 이어나갔다.

그는 23일 SBS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이번 갈등이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나가려는 여당의 ‘약속 대련’일 뿐이라 평가했다. 자신이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음식점에 주방은 하나인데 전화 받는 상호와 전화기가 두 개 따로 있는 모습으로 서로 다른 팀인 척 해서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요”라는 말을 다시 상기시키며 “이번 갈등이 한 위원장의 우세승으로 끝날 것이고, 향후 공천 국면이 또 다른 전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한 이 대표는 2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한 위원장은 삼일천하도 아니었다”며 “(한동훈 위원장이) 어설픈 봉합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대표는 종횡무진 각종 언론에 등장하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한 비판, 비난, 충고, 추측을 내놓으며 대중이 흥미 있어 할만한 언어의 마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뛰어난 말솜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들고 있는 개혁신당의 정강·정책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신당을 주요한 소재로 삼아 이야기한다면 언론에서 지금과 같이 빈번하게 불러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표자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이란 기본적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혹은 집단을 명확하게 상정하고 ‘1번馬 선두, 2번馬 추월’하는 식의 경마장 중계 방송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 동안 언론을 누구보다 잘 활용해 온 이 대표가 모를리 없다.

이 대표를 오랜 시간 경험한 언론 또한 이 대표를 활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시청자 혹은 청취자의 집중을 끌어 올리기 위해 방송 출연이 목 마른 이 대표를 불러와 실상 그와는 관계 없는 尹·韓 갈등과 화해, 향후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처분과 같은 주제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민다. 개혁신당 혹은 빅텐트 관련 질문은 아주 짧게, 지나가는 말로 던질 뿐이다. 어엿한 당 대표를 불러다 놓고 자당이 아닌 남의 당 이야기만 물어보는 것은 결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국민 대다수가 도대체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언론에서도 관심이 없는데 대중이 개혁신당의 비전에 대해 굳이 찾아볼 턱이 없다. 그나마 누군가 맞장구라도 쳐 주어야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개혁신당도 주목도는 떨어지지만 정당이라면 당연히 내놓아야 할 대통령 배우자 관련 법령 제정,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 등을 먼저 꺼내 놓긴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 당했다. 그러자 내놓은 것이 일명 ‘떡볶이 방지법’이라 불리는 기업 총수 동원 방지법,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등이다.

아마 대한노인회가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는 비난을 내놓지 않았다면 이 또한 잊혀질 공약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내놓은 공약 중 대중의 주목도가 가장 높았다고 평가했는지 이 대표는 이와 관련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최상단에 고정해 놓았다.

현 시점 언론의 관심이 가장 높은 누군가를 등에 엎고 나의 대중적 관심을 유지하는 정치 테크닉은 이 대표가 국민의힘으로부터 냉대를 받고 도약할 기회를 노리던 시점에는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기존 정치판과 다른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창당까지 추진한 현재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개혁신당이 기존 정당과 무엇이 다른지,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당을 만들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이다. 아니면 각 지역을 대표해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고 나선 인물들의 면면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인물을 통해 당의 비전을 가늠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이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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