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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외지인(門外之人), 한국을 우롱한 봄 킴(Bom Kim)의 오만에 답해야 한다

[사설] 문외지인(門外之人), 한국을 우롱한 봄 킴(Bom Kim)의 오만에 답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7월 24일 집무실에서, 故정슬기 • 故장덕준 유족 등 쿠팡 과로사 피해자 유가족과 과로사 대책위 박석운 공동대표를 먼나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제공=대한민국국회)
중대재해처벌법 국회 통과 9일 전, 봄 킴 쿠팡 창업자는 국내법인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법은 힘센 자의 국적을 묻지 않는다. 적어도 그래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는 이 자명한 원칙이 얼마나 쉽게 무시될 수 있는지를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쿠팡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봄 킴(Bom Kim), 김범석이 있다.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중대 사건의 최종 책임자는 끝내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해외 체류, 미국 국적, 미국 법인이라는 이유가 제시됐지만, 이는 책임 회피를 정교하게 포장한 변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으로 성장했고, 대한민국 소비자의 신뢰로 제국을 일군 기업의 창업자가 정작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인 국회의 검증 앞에서는 스스로를 외부인으로 설정한 채 발을 빼는 모습은 국민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 고전 『한서(漢書)』에는 ‘門外之人(문외지인)’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공동체의 문 안에서는 권리와 이익을 누리면서도, 책임과 의무가 요구되는 순간에는 스스로를 문 밖에 세우는 사람을 뜻한다. 지금 봄 킴의 태도는 이 고사성어와 정확히 겹친다. 그는 한국 시장의 성과와 이익은 온전히 취했지만, 책임의 문 앞에서는 국적과 해외 법인을 방패 삼아 물러섰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태도다. 이번 청문회가 국민에게 남긴 인상은 단순한 불성실을 넘어선다. “나는 미국인이니 대한민국 국회가 나를 어찌하겠느냐”는 식의 오만함, 한국의 제도와 민주적 절차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인식이 읽힌다. 이는 기업인의 무책임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한 모욕에 가깝다.

그 오만은 대리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대표를 통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핵심 질문에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책임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을 반복했다. 심지어 국회가 요구한 동시통역 절차를 둘러싸고 부정확한 통역과 혼선, 불성실한 대응이 겹치면서, 청문회 질의의 본질이 흐려지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마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을 충분한 교육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존재, 원활한 의사소통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정치인으로 대하는 듯한 태도는 청문회 자체를 성실히 대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청문회는 형식이 아니다. 국민을 대신한 질문이고, 민주주의의 절차다. 이를 무시하고 희화화하는 행태는 국회를 우롱하는 것이며, 결국 우리 국민을 멸시하는 것이다. 이런 청문회가 반복될수록 국민에게 남는 것은 분노와 허탈감뿐이다. 해답 없는 청문회, 처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초국적 기업, 그리고 그 앞에서 노출된 국회의 무력감이 겹칠 때 제도의 신뢰는 붕괴된다.

우리는 이미 한 차례 뼈아픈 선례를 경험한 바 있다. 병역 의무를 앞두고 국적을 포기한 뒤 한국 사회의 신뢰를 저버린 스티브 유(유승준)에 대해, 정부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를 근거로 입국을 제한했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 결정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질서와 신뢰에 대한 국가의 의지 표명이었다.

지금 봄 킴의 행태 역시 이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법과 국회를 가볍게 여기고, 국민의 피해와 분노를 외면한 채 국적과 해외 체류를 방패로 삼는 행동이 과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대답은 분명하다.

법은 감정이 아니라 원칙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원칙은 때로 결단을 요구한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지키지 못한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끝내 책임을 회피하고, 국회를 무력화하며, 한국 사회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국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른 강하고 엄격한 제재 역시 공론의 장에서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국적은 방패가 될 수 없다. 자본은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책임까지 초월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결코 ‘문밖의 사람’이 이익만 취하고 떠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엄이 걸린 문제이며, 민주국가 대한민국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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