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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미담으로 봉합된 책임’ 이청용 기사에 남은 결정적 공백들

[심층취재] ‘미담으로 봉합된 책임’ 이청용 기사에 남은 결정적 공백들
이청용은 2025시즌을 끝으로 울산HD를 떠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베테랑의 말년은 언제나 쓸쓸하다. 그래서일까. 이청용의 최근 행보를 다룬 한 언론 보도는 유독 따뜻하고, 유독 세심하다. 그러나 그 온기 속에서 정작 빠져 있는 것은 책임의 무게와 행동의 맥락이다. 선수 개인의 고뇌와 인간적 번민을 조명하는 기사일수록, 공적 인물로서의 책임은 더 엄격히 검증돼야 한다. 문제는, 해당 보도가 그 균형을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설명’은 넘치고, ‘검증’은 없다

문제의 기사는 이청용을 이렇게 그린다.
— 팀만 생각한 베테랑
—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까 고민한 선배
— 라커룸 단합을 외친 리더
— 순간의 흥분으로 저지른 실수에 스스로 괴로워한 인간

그러나 독자는 자연스레 질문하게 된다.
그 모든 서술을 입증하는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기사 곳곳에 등장하는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후문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은 반복되지만,
정작 반대편의 증언, 즉 피해를 입었다고 느낀 이들,
울산 팬, 경질된 감독과 코치진, 팀 내부의 다른 시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취재의 선택이 아니라 서사의 방향 설정이다.

‘골프 세리머니’, 맥락은 삭제되고 감정만 남았다

기사의 핵심 쟁점인 이른바 ‘골프 세리머니’는 이렇게 정리된다.

“계획된 행동이 아니었고, 팀의 오랜 부진 끝에 터진 승리에서 나온 찰나의 흥분이었다.”

그러나 이 설명은 결정적인 질문을 피해 간다.
• 왜 그 세리머니가 하필 감독 경질 직후였는가
• 왜 팬들과 축구계 다수가 ‘감독을 향한 조롱’으로 해석했는가
• 왜 사과는 있었지만, 논란의 대상이 된 당사자(신태용 감독)에 대한 직접적 해명과 사죄는 없었는가

행동의 ‘의도’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그러나 행동의 ‘해석’은 공적 영역이다.
공적 인물의 행동이 다수에게 특정한 메시지로 읽혔다면, 그 책임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만으로 면책될 수 없다.

‘팀만 생각한 베테랑’이라는 서사의 위험성

이 기사는 이청용을 줄곧 팀을 위해 희생한 인물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 프레임은 역설적으로 질문을 낳는다.

팀을 생각했다면, 왜 그 방식이 하필 ‘제스처’였는가.
팀을 위했다면, 왜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보다 외부 논란을 증폭시키는 행동이 나왔는가.

특히 주장단에 가까운 베테랑이라면,
말과 행동 하나가 어떤 정치적·상징적 의미로 해석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베테랑답지 못한 경솔함”이라는 자평은,
사실상 베테랑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변명이 된다.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테프 (사진제공=울산HD)

미담 뒤에 가려진 사람들

기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 감독 경질과 함께 자리를 떠난 코치진
• 혼란 속에서도 팀을 지켜본 울산 팬들
• ‘왕조’의 붕괴를 현장에서 체감한 다른 선수들

이들 중 누구도 “그건 오해였다”, “우리는 이해한다”는 목소리를 기사에서 내지 않는다.
그 공백 위에, 선수 개인의 고뇌와 후회만이 조명된다면
그 기사는 해명이 아니라 서사 관리에 가까워진다.

언론플레이인가, 서사의 우연인가

이 글이 특정 기자와 선수의 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기사가 지나치게 한 방향의 감정선만을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 비판은 최소화되고
• 맥락은 축소되며
• 책임은 감정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런 구조의 기사들이 반복될 때, 독자는 자연히 의심하게 된다.
이것이 과연 취재의 결과인가, 아니면 관리된 메시지의 전달인가.

사과는 ‘감정’이 아니라 ‘질서’다

이청용의 커리어가 어지러운 이유는, 단지 한 번의 세리머니 때문이 아니다.
그 이후의 설명 방식, 사과의 방향,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언론의 태도까지 포함한 총체적 과정 때문이다.

사과는 팬에게만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특히 논란의 직접적 당사자가 존재한다면,
사과는 그 질서를 따라야만 진정성을 얻는다.

스승에게,
함께 물러난 코치진에게,
그리고 팀의 역사에 상처를 입었다고 느낀 팬들에게.

그 순서를 건너뛴 채 만들어진 ‘이해의 서사’는
결국 또 다른 반발을 낳을 뿐이다.

베테랑의 품격은 ‘해명’이 아니라 ‘정리’에서 드러난다

이청용은 한국 축구가 자랑해 온 이름이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이 요구된다.
더 조심스러워야 했고,
더 먼저 말했어야 했으며,
더 분명하게 정리했어야 했다.

언론은 그 과정을 미화하기보다,
차분히 묻고, 냉정히 짚고, 공정하게 기록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로
베테랑을 존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11월 30일 제주와 경기 후 팬들 앞에 선 울산 선수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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