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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수 임용의 공정성, ‘유담 논란’이 던지는 무거운 질문

[사설] 교수 임용의 공정성, ‘유담 논란’이 던지는 무거운 질문
인천대학교 전경 (사진제공=인천대학교)

국립 인천대학교가 유승민 전 의원의 딸 유담 씨를 만 31세의 나이로 전임교원(교수)으로 임용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인천대의 채용 관련 서류 보존 및 관리 절차에 위법 소지가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개인의 임용 문제를 넘어, 국립대의 채용 공정성과 행정 투명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채용 심사 과정의 공정성이다. 진선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 씨는 논문의 질적 심사에서 18.6점으로 전체 16위에 머물렀지만, 학력·경력·논문 양적 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1차 심사를 2위로 통과했다. 유학 경험이나 기업 근무 경력이 없음에도 만점을 받은 배경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학 사회에서 교수 채용은 연구 성과와 교육 역량, 경력의 균형을 따지는 일인데, 심사 항목 중 일부에서 과도한 점수가 부여됐다면 이는 제도적 허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둘째, 기록물 관리와 투명성 문제다. 고발장에 따르면 인천대는 채용 관련 서류를 영구 보존해야 함에도 일부 문서가 관리되지 않았거나 폐기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생산한 문서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국립대학의 교수 채용 과정은 공공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서류 관리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인천대가 관련 문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라는 법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대·인천대·한국방송통신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5.10.28
(사진제공=진 의원 sns)

인천대 측은 “모든 절차는 내부 지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에는 ‘전임교원 신규임용 지침’이라는 명확한 내부 기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절차적 공정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서류 평가, 심사위원 구성, 면접 기준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규정에 따라 했다”는 말만으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은 단지 한 대학,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최근 몇 년간 ‘공정’이라는 단어에 유난히 예민해져 있다.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논란부터 각종 공공기관의 인사 비리 의혹까지, 국민은 “능력에 따른 경쟁”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마다 깊은 피로감과 분노를 느꼈다. 유담 씨의 임용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특정 인물이 누구의 자녀인지가 아니라, ‘그 과정이 공정했는가’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대학 사회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교수 임용은 학문의 문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이고 엄정한 절차다. 만약 이 문이 느슨해지면, 학문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외부 압력에 쉽게 휘둘리게 된다. 대학은 젊은 세대에게 정의와 노력의 가치를 가르치는 곳이지, 불투명한 인사 관행을 학습시키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유승민 전 의원과 유담씨(사진제공=유튜브 채널 유승민tv 캡쳐)

경찰의 수사는 신속하고 철저해야 한다. 법적 위반 여부를 떠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사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인천대는 채용 절차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채용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공정성과 투명성, 두 축이 무너질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공정한 경쟁’은 사회의 최소한의 신뢰를 지탱하는 토대다. 대학의 문 하나를 여는 일이 이토록 무거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이유를 깊이 새겨야 한다. 인천대의 해명은 이제 더 이상 대학 내부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제시되어야 한다.

공정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증명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투명한 기록과 책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번 ‘유담 교수 임용 논란’은,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공정의 본뜻이 무엇인지를 묻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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