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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을 이기려는 부동산 정책, 정부와 국민의 끝없는 치킨게임

[사설] 시장을 이기려는 부동산 정책, 정부와 국민의 끝없는 치킨게임
서울 도심 (사진제공=언스플래쉬)

부동산은 자본주의 시장의 한 축이다. 대한민국이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한, 집값 역시 수요와 공급, 그리고 자본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원칙을 잊은 듯하다.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을 조이고,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의도는 시장 안정이지만, 결과는 또 다른 왜곡을 예고한다.

집값은 너무 올라서도, 너무 떨어져서도 문제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는 ‘가격 통제’가 아니라 ‘시장 균형’이어야 한다. 글로벌 금리, 환율, 경기 흐름에 맞춰 시장이 스스로 조정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을 믿지 못하고, 언제나 ‘개입’이라는 선택지를 꺼내든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차례 넘는 대책이 쏟아졌지만, 결과는 ‘역풍선 효과’였다. 손을 많이 댈수록 시장은 더 요동쳤고, 정책이 가격을 이기지 못했다는 뼈아픈 교훈만 남았다.

이번 정부도 다르지 않다.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명분 아래,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 강경한 조치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부채 관리와 시장 과열 방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을 억누르는 방식으로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은 ‘정부의 의지’가 아니라 ‘돈의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금리를 올리면 당장은 잡히겠지만, 그것은 수요를 질식시켜 경제 전체를 위축시키는 ‘독한 처방’에 불과하다. 정부가 그 위험을 잘 알기에 금리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14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지털토크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채찍’만이 아니라 ‘당근’이다. 규제의 칼날만 휘두를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에게는 금융 완화와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청년·신혼부부, 중산층에게는 숨 쉴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동시에 장기공공임대, 도심공급 확대, 교통 인프라 확충 등 구조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주거 안정을 뒷받침하는 세심한 정책 조율이 절실하다.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다. 국민의 삶의 터전이자, 세대 간 갈등의 불씨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국민과 정부가 서로 ‘누가 먼저 물러서나’를 두고 맞붙는 치킨게임에 가깝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국민은 그 틈을 비집고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 한다. 결국 모두가 지는 게임이다.

더 근본적인 처방은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다. 부동산을 투기나 투자 수단이 아닌, ‘거주의 본질’로 되돌려야 한다. “우리 아파트만 오르면 된다”는 심리, “팔아서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정부라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집값 상승의 상대적 수익은 허상이다. 내 집이 오르면 다른 집도 오른다. 팔면 살 곳이 없고, 팔지 않으면 세금 부담이 커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부동산 정책은 영원히 국민과의 소모전으로 남는다.

서울 도심 (사진제공=언스플래쉬)

결국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규제의 강도나 숫자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장의 자율을 존중하고, 경제 흐름에 맞춰 신중히 대응하며, 국민이 ‘집은 사는 곳’이라는 인식에 공감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 정부는 부동산을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자본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시장 생태계’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본주의의 원리이자, 지속 가능한 주거 안정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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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agan402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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