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반대속 청문 계획서 단독의결
김 여사 모친·명품백 최재영·임성근·권오수도 증인
與 위헌 주장하며 불참할듯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독단 처리했다. 민주당은 오는 19일과 26일 두 차례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 39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 등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이틀간 청문회의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된 인원은 증인 39명, 참고인 7명 등 모두 46명에 달한다.
국민의힘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에 동참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안건 처리에 앞서 해당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와 증인 출석 요청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으로 계획한 이번 청문회는 대상이 대부분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국회법상 청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 윤 대통령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꼼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참석을 거부할 가능성도 열어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김 여사를 포함한 증인들 역시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청문회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불법적 청문회이기 때문에 증인들이 요청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여당 법사위원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하더라도 두 차례의 청문회를 모두 강행할 것이며, 증인들도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방금 채택된 증인은 불출석 시 국회 증감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유념하라”고 말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내 ‘대국민사과를 해도 되느냐’고 하지 않았나”라며 “청문회가 김 여사에게는 대국민 소명을 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달라는 이번 청원은 지난달 20일 시작돼 사흘 만에 청원 요건인 5만명을 충족, 법사위로 회부됐다. 이날 기준 참여자 수는 133만명을 넘어섰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법률적 법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청원서 하나만 갖고 사실상 탄핵 소추를 위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대통령 탄핵 청원도 폐기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탄핵’ 청와대 국민 청원 동의도 140만명을 넘긴 바 있다.
해당 청원이 내건 윤 대통령 탄핵 사유는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명품 뇌물수수·주가조작·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전쟁 위기 조장, 일본 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방조 등 5가지다.
하지만 국회법이나 청원법에 따르면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내용의 청원은 접수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중 해병대원 사건이나 김 여사 관련 의혹, 강제징용 판결 관련 사유는 현재 민·형사상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주 의원은 또 “이게 얼마나 코미디인지 알 수 있는 것이 청원 내용에 법리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많다”며 “청원 불수리 사유도 법에 정해져 있는데,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안은 수리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규택 의원은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참여자 수가 130만명을 넘었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 “혹시 안건 상정에 북한 노동당 담화가 참고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청원 안을 주도한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전과 5범이라는 보도가 있었다”며 “민주당이 노동당 2중대임을 자임하는 것이며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에 국회가 놀아난 치욕적인 순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과 역풍은 물론 탄핵 정치를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의 분노까지도 각오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야욕을 생각보다 빨리 드러냈다. 위법적인 대통령 탄핵 소추 청문회는 당장 멈추라”며 “민주당은 입만 열면 탄핵을 18번처럼 외치는데, 이제는 부디 애창곡을 탄핵에서 민생으로 바꾸라”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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