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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갔다 올게” 끝내 못 본 오빠…故황정갑 일등중사 유골 234번 째 확인

“잘 지내고 있어라. 오빠 갔다 올게”

휴가를 받아 고향집을 찾았다 북한이 밀고 내려온다는 소식에 황급히 집을 떠나던 순간, 고(故) 황정갑 일등중사(현재 하사)가 여동생에게 남기고 간 말이다. 하지만 여동생 황계숙씨는 죽는 순간까지 돌아온다던 오빠를 보지 못했다. 국군 제18연대 소속으로 적과 싸우던 오빠는 1951년 1월 ‘홍천 부근 전투’에서 전사했기 때문이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여동생 황씨는 오빠의 유해라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2008년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 유전자 시료를 제공하고 오매불망 소식만을 기다렸다.

“오빠 갔다 올게” 끝내 못 본 오빠…故황정갑 일등중사 유골 234번 째 확인

故황정갑 일등중사의 생전 사진 (붉은 원 안) (사진제공=국방부)

국유단은 지난 2008년 강원도 홍천군 삼마치고개 일대에서 여러 점의 유해를 발굴했지만 쉽게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오른쪽 넙다리뼈가 처음 발굴됐고, 주변으로 발굴을 확장하여 위팔뼈와 정강이뼈 등을 추가로 발굴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당시 기술로는 정확한 가족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올해 6월, 국유단은 과거 유전자 분석이 이뤄진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를 더 정확한 최신 기술로 재분석해 가족관계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오빠가 떠날 때 17살 꽃다웠던 여동생 황계숙 씨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후였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외조카 김지태(1965년생) 씨는 “어머니는 해방 이후 남한에 내려오셔서 의지할 형제가 없어 그렇게 외삼촌을 찾으려고 애쓰셨는데 이제 유해라도 찾았으니 국립묘지에 잘 모시고 싶다”며 “외삼촌의 유해를 찾아주신 국가와 국방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국유단 관계자는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하는 상황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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