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포옹, 서로 “먼저 타라” 양보…숙소까지 함께 이동
국제 무대에서 서로가 절실한 두 정상이 만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새벽 24년 만에 북한 평양을 다시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와락 껴안았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 순안 공항 활주로에 도착해 레드카펫 아래 대기하던 김정은 위원장과 9개월 만에 다시 만나 혈맹 관계임을 과시했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이 탄 일류신(IL)-96 전용기는 19일 새벽달이 뜬 어두컴컴한 평양 순안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지각대장으로 소문난 푸틴 답게 예상보다 훨씬 늦은 도착에도 김 위원장은 공항에 나와 푸틴 대통령을 영접했다.
러시아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그가 푸틴 대통령이 비행기 밖으로 나올 때까지 ‘혼자’ 뒷짐을 지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는 ‘최고의 신뢰 표시’ 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레드카펫을 밟으며 비행기 계단을 내려왔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한 뒤 인사를 나누는 듯 대화하며 두 차례 서로를 껴안았다. 두 정상은 통역을 통해 한참을 대화한 뒤 다시 한번 포옹했다. 대화 중에도 두 정상은 계속 손을 맞잡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의장대가 도열한 레드카펫을 따라 ‘아우루스’ 리무진으로 걸어갔으며, 이동하면서도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리무진은 오토바이 호위대의 인도를 따라 공항을 떠났다. 아우루스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고급 리무진이다. 현재 푸틴 대통령의 의전차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들이 탄 차량은 푸틴의 방북 전 러시아에서 미리 이동시켜 놓은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레드카펫 끝에 주차된 ‘아우루스’ 리무진 앞에서 서로 먼저 타라고 양보하며 옥신각신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이 뒷좌석 오른쪽에 먼저 탔고, 김 위원장은 웃으며 건너편으로 걸어가 뒷좌석 왼쪽에 탔다.
푸틴과 김정은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함께 내렸다. 이 숙소는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묵은 곳이다. 미국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는 최근 금수산 영빈관 주변 나무가 정리된 것을 포착한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숙소까지 직접 배웅해 ‘좋은 밤 보내시라’고 인사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상 회담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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