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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또 실패’ 21대 국회, 연금개혁 포기

국회 연금특위, 막판 타결 시도했으나 ‘불발’
‘보장성 강화 vs 재정 안정’ 이견 여전…22대 국회 임기에 대선 있어 변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또 실패’ 21대 국회, 연금개혁 포기
입장 밝히는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 개혁이 21대 국회에서 마무리되지 못하고 결국 22대 국회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21대 국회에서는 연금 개혁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까지 담은 방안이 도출됐으나 이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소득대체율 2%포인트(p) 차이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1대 국회 임기(5월 29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나, 이 기간 연금 개혁에 관한 극적 타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22대 국회 임기에는 대통령 선거마저 있어 여야가 ‘표심 잡기’에만 몰두하다 보면 연금 개혁은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분석 기자간담회 (사진=연합뉴스)

◇ ‘넉달 안 합의’ 목표로 출발한 국회 공론화위

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두 차례나 활동 기한을 연장한 끝에 올해 1월 말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되는 이달 말까지 넉 달 안에 연금개혁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공론화위원회의 출범 목표였다.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바로 다음 달에 2주간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연금개혁 입장을 묻는 전화 조사를 하는 등 여론을 수렴했고, 총선 직후인 지난달에는 500명으로 꾸려진 시민대표단이 참여하는 숙의토론회를 4차례 열었다.

이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에 관한 설문조사도 했다.

모수개혁과 관련해 공론화위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1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2안) 등 2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 강화론’, 2안은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과 가까운 것이다.

세 차례에 걸친 시민 설문조사 결과, 1안이 56.0%의 지지를 얻어 2안(42.6%)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시민들이 뜻을 모았지만, 이후에도 재정 안정론자들이 ‘재투표’를 주장하는 등 보장성 강화론자들과 설전을 벌였고, 보건복지부가 “미래 세대에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평가해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 개혁 (PG) (일러스트=연합뉴스)

◇ 21대 국회, 결승선 앞두고 ‘마지막 숙제’ 미완성

공론화위는 지난달 22일 토론회와 설문조사 결과 등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이후 국회가 연금개혁 합의안 도출에 나섰으나 ‘결승선’을 앞에 두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주호영 위원장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간 합의 불발 소식을 알리며 “사실상 21대 활동을 종료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고 밝혔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전날 막판 타결을 시도해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그러나 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43%까지만 올릴 수 있다는 국민의힘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이 45%는 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이견을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주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소득대체율 2%포인트 차이 때문에 입법이 어렵게 됐다”며 “이 논의를 토대로 22대 국회 때 여야 간에 의견접근을 봐서 조속한 연금 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21대 국회의 임기가 남았으나, 타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사실상 공을 22대 국회로 넘긴 셈이다.

이렇게 ‘빈손’으로 끝난 상황을 두고 행정부의 역할이 부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정 안정론자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 개혁은 행정부 몫이라고 본다”며 “행정부가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고, 그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하고 이후 국회에서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는 단일안을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장성 강화론자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이 정권 자체가 연금 개혁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며 “바쁘게 사는 시민 500명이 자기 직장 다 놔두고서 논의했는데 그 결과를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갖다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연금개혁안 2개 압축 (사진=연합뉴스)

◇ 22대 국회서 논의 속도 내나…”선거 앞두고 인기 없는 연금개혁 쉽지 않아”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 공감했다는 점에서 22대 국회에서의 논의는 이전보다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보장성 강화론과 재정 안정론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장성 강화론을 펼치는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민대표단이 소득대체율 50%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상 여기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도 시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찬섭 교수도 “당연히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정 안정론을 주장하는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충분히 13%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소득대체율은 43%, 45%에 얽매일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열어놓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44%로 하면 되지’라고 할 수 있는데, 숫자가 아니라 그 밑에 깔린 방향이 문제”라며 “국민연금은 연속 개혁 대상이기 때문에 소득대체율 같은 개혁의 ‘방향성’을 국민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 임기에 치러질 선거들도 변수다.

2026년에는 지방선거, 2027년에는 대선을 치러야 해서 여야가 표심 계산에 집착해 선거 승리에만 몰두하다 보면 연금 개혁은 뒷전이 될 수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1대에 합의가 안 되면 다시 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또 다른 스케줄이 줄줄이 있는데, 인기 없는 연금 개혁은 뒤로 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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