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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고려거란전쟁, 마(魔)의 시청률 10% 넘었다

오랜 공백기를 거쳐 2022년 선보인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두 자릿수 시청률 이후 다시 한번 ‘대하드라마는 KBS’를 각인 시킨 32부작 ‘고려 거란 전쟁’은 지난 7일 16회를 기점으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16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0%를 기록했다.

KBS 고려거란전쟁, 마(魔)의 시청률 10% 넘었다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포스터 (제공=KBS)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순간 별이 떨어져 그의 생가가 있던 서울특별시 관악구 봉천동이 ‘낙성대’로 불린다.”(마침 그 날 유성이 목격 되었을 가능성이 0%는 아니니까)

“수십 만 거란 대군을 맞아 귀주대첩에서 소가죽을 엮어 만들었다는 댐을 터뜨리는 수공(水攻)으로 몰살시켰다.” (‘오파츠’라 불리는 시대를 벗어난 유물들이 발견되기도 하나 최소한 현대인의 좁은 시야에선 불가능하다는 평이다)

이런 초등학교 교과서적인 단편적 기억이 한반도 역사상 독보적 인물인 고려 강감찬 장군(사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을 보며 이 분을 장군이라 부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고려거란전쟁에 대해 부끄럽게도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기자가 알고 있는 전부다.

하지만 드라마 문외한이었던 기자조차 빠지지 않고 시청자로 만들었을 뿐더러 주책 없게도 뜨거운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었으니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의 작품성, 당시 문화에 대한 해석, 메시지, 호소력이 그만큼 발군이었음을 조심스럽게 평가해본다.

먼저, ‘고려 거란 전쟁’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국가 위기의 순간마다 용광로처럼 들끓는 인간 군상의 천태만상이 압축적으로 늘어지지 않고 표현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태종 이방원’부터 KBS 대하드라마는 32부작 구성으로 이어진 결과이다.

또한 김일성 솔방울 수류탄 류의 신격화, 우리 민족만 특별했다 류의 소위 국뽕민족주의, 나는 옳았고 너는 그릇 되었다는 일도양단 역사 평가 등 역사물의 고질적 흥미감퇴 요소가 쏙 빠져 한층 집중된 시선으로 전쟁 시기 시대상에 빠져들 수 있었다.

동시에 전쟁의 진행 과정마다 고려와 거란을 막론하고 주전파든 주화파든 혹은 이도 저도 아닌 파든 그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음을 그리고 결과적으로 무엇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음을 양 진영 왕과 신하들 간의 논쟁을 통해 적절히 설명하고 있다. 세상사엔 정답이 없는 것 아니던가?

어느 자리에 있든 어깨를 짓누르는 지위의 무게는 무거울 따름이고 위로 올라갈 수록 왕관의 크기가 커짐을 고려의 현종(김동준)과 강감찬(최수종), 거란의 야율융서(김혁)와 소배압(김준배)이 잘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각 배우들의 혼을 불태울 듯한 명연기에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몰입감을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음식 맛 내기의 화룡점정 MSG처럼 뛰어난 전투장면 연출이 있다. 투석기가 불 붙은 돌을 쏘고 검차가 위용을 갖춘 모습은 역사적 고증의 정확성과 무관하게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떠올릴 정도였다.

KBS가 제작한 대하드라마 중 편당 제작비로는 최대 규모인 편당 8억5천만원을 투자(총 제작비 270억원)한 보람이 점차 상승하는 시청률과 입소문 그리고 ‘2023 KBS 연기대상’의 7관왕 수상으로 어느 정도 보상 받았겠지만 아직 갈 길이 바쁘 긴 하다.

이미 OTT 및 tvN, JTBC 등 유료방송채널의 드라마는 편당 제작비 10억을 돌파한지 오래며 일명 ‘아재드라마’인 대하드라마로 시청률 10%를 넘긴 것만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일본 NHK의 대하드라마 시리즈는 시청률이 2000년대 들어선 대부분 10% 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NHK가 부침없이 매년 새 작품을 내세우는 것은 자국 역사에 대한 학습, 문화에 대한 회고, 현실에 대한 반추, 통합을 위한 민족성에 대한 각인 등 대하드라마가 던져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고 이러한 대하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상업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사에만 있기 때문이다.

부디 KBS가 야심 차게 시작한 ‘고려 거란 전쟁’이 더 높은 국민적 관심을 갖고 더욱 적극적으로 차기작에 욕심을 부릴 단초가 되길 기원한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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