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온라인교육시스템이 약 10개월 동안 해킹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직 외교관뿐 아니라 퇴직자와 재외공관 파견 공무원, 행정직원 등의 정보까지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고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외교부에 따르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공격자는 지난해 4~5월쯤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 서버를 장악한 뒤 올해 2월 초까지 수시로 접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관계기관으로부터 비정상적인 접근 정황을 통보받은 이후에야 해당 시스템을 차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해킹 피해를 본 시스템에는 외교부 본부 직원과 재외공관 공무원, 타 부처에서 해외 공관으로 파견된 주재관, 행정직원 등의 정보가 저장돼 있었다. 유출 가능성이 있는 항목은 성명과 아이디, 이메일, 암호화된 비밀번호, 소속 부서와 직책 등이다.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 주소 등 일부 민감정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해당 시스템에 약 1만건의 데이터가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동일 인물의 정보가 중복됐을 가능성이 있어 실제 피해 인원과 유출 규모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도에서는 외교관과 파견 공무원 등 약 6천명의 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특히 외교부가 그동안 전체 외교관 명단이나 재외공관 근무자 현황을 일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공관에는 외교관뿐 아니라 정보·보안 업무를 맡은 다른 부처 직원들도 근무하는 만큼,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인적 정보까지 공격자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사안을 국가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자는 서버 소프트웨어 제작사도 당시 인지하지 못했던 미공개 취약점과 허술한 보안 설정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버를 장악한 뒤 정상적인 소프트웨어 권한을 이용해 접속한 탓에 공격을 조기에 탐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다. 현재까지 공격 주체를 특정할 기술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으며, 북한이나 중국 등 특정 국가의 소행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격 수법이 정교했다는 설명만으로 장기간 침입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책임까지 가려질 수는 없다는 의견을 피할 수 없다. 외교 인력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국가기관의 시스템이 수개월 동안 외부에 노출됐는데도 자체 감시 체계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기술적 취약점뿐 아니라 보안 관리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번 사고를 일반적인 회원정보 유출과 같은 수준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름과 소속, 직책, 이메일 정보가 결합될 경우 해외 공관 근무자의 신원을 파악하거나 이들을 상대로 정교한 피싱과 정보 접근을 시도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된 비밀번호 역시 보관 방식과 보안 수준에 따라 추가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부는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점검하고 관련 시스템을 차단하는 등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규모와 실제 유출 내역, 공격자의 접속 기록이 여전히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단순한 시스템 복구만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피해 당사자에 대한 통지와 계정 보안 강화, 유사 시스템 전수조사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외교망은 건물과 통신시설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어느 국가와 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 역시 중요한 안보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해킹이 외교관 전체의 신상정보를 겨냥한 공격이었다면, 정보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됐는지까지 추적해야 사고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결국 핵심은 최대 1만건이라는 숫자에만 있지 않다. 국가 외교 인력의 정보가 얼마나 오랫동안 외부에 노출됐고, 정부가 왜 이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으며, 유출된 정보가 어디까지 확산됐는지를 밝히는 일이 우선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외교부가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책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