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의 개혁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공개 충돌로 번졌다.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자신과 이영표 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은 서강일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장을 향해 “그 위치에 맞지 않는 언행이었다”고 반박하면서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3차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서 회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혁신의 방향과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이어질 경우 그 판단은 결국 대중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논란은 서 회장이 지난 16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박지성과 이영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서 회장은 두 사람이 선수로서 국가대표 경력을 쌓았지만 법률 지식이나 사회 경험이 충분한지 의문이라며, 혁신위원장을 맡을 것이 아니라 직접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에 박 위원장은 해당 발언이 개인적 판단에서 비롯됐을 수는 있지만, 상당수 축구 팬과 대중이 거부감을 나타냈다는 점 자체가 그 발언의 적절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은 자제했지만, 지역 축구협회장이라는 직책과 책임에 비춰볼 때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말싸움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 축구의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축구 행정 세력과 선수 출신 개혁 인사 사이에 쌓여온 불신이 표면으로 드러난 장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엇을 아느냐”는 식의 자격 공방은 혁신안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논쟁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을 피할 수 없다. 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정 역량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법률가나 행정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개혁 논의에 참여할 자격까지 부정하는 태도 역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혁신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인단 확대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현행 300명 이내 간선제를 규정한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을 조속히 고치는 방향에도 의견을 모았다. 박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편에 일부 반발이 예상되더라도 이를 이유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앞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기존 약 2천200명 규모인 체육회장 선거인단을 약 9만2천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축구협회 역시 같은 흐름에 맞춰 선거인단을 최소 수천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차기 회의에서 보완안을 논의하겠다며 공정성과 대표성, 실제 시행 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축구협회장 선거를 무작정 서두르기보다 다수의 구성원이 인정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재 한국 축구는 대한축구협회장과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모두 공석인 상황이다. 국제대회를 앞두고 새 집행부 구성과 대표팀 운영 체계 정비가 시급하지만, 선거 규정과 대표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서둘러 회장을 뽑을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혁신위원회 역시 박지성이라는 상징성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기존 축구 행정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에서 나아가 선거인단을 어떤 기준으로 구성하고, 지역·성별·직군별 대표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구체적인 설계안을 내놓아야 한다.
축구계 원로의 거친 발언이 오히려 혁신의 필요성을 부각했다는 견해도 있다. 개혁안의 내용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참여자의 나이와 경력, 사회 경험을 문제 삼는 방식은 변화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이라기보다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반발로 비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박지성이 축구 행정을 얼마나 아느냐에만 있지 않다. 기존 축구 행정이 국민과 팬의 신뢰를 얻을 만큼 투명하고 공정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명분이 있는지를 먼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박지성과 혁신위원회가 실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책임 역시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개혁안이 나오기도 전에 인물의 자격부터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논의를 막는다면 한국 축구의 변화는 또다시 내부 권력 다툼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