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생절차 폐지 결정 취소…9월 4일까지 ‘마지막 기회’
핵심 점포·온라인부터 재가동…직원 휴직과 구조조정은 계속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홈플러스가 2천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며 다시 한번 회생에 도전한다. 임시 휴업 중인 핵심 점포 67곳은 순차적으로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된 37개 점포는 문을 닫고 상당수 직원의 휴직도 이어질 전망이다.
겉으로는 ‘영업 정상화’가 시작되는 모습이지만, 과거의 홈플러스로 돌아가는 전면적인 회복이라기보다 살아남을 사업만 남기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가깝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23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천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이른바 DIP 대출을 마련한 점이 법원의 판단을 돌려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앞서 정상적인 영업을 유지할 자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홈플러스가 자금조달 방안을 토대로 즉시항고에 나서면서 다시 회생계획안을 심사받을 시간을 확보했다.
다만 이번 연장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최종 시한에 해당한다. 홈플러스는 9월 4일까지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회생계획안을 통과시키고, 영업 정상화와 매각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한다. 이번 2천억원은 회사의 생존을 확정한 자금이라기보다 두 달 남짓한 추가 시간을 확보한 ‘마지막 운영자금’에 가깝다는 견해도 있다.
홈플러스는 대출금이 실제로 들어오는 대로 현재 문을 닫은 핵심 점포 67곳을 다시 열겠다는 방침이다. 초기에는 매출 규모가 크고 재고 회전이 빠른 신선식품과 자체 브랜드 상품, 주요 생필품부터 매대를 채워 현금 흐름을 회복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재개 날짜는 자금 입금과 납품업체 협의가 마무리된 뒤 결정될 전망이다.
온라인 영업도 수도권 16개 점포를 중심으로 먼저 재개한다. 이후 배송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서비스 점포와 배송 권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핵심 점포와 수도권 온라인 사업을 우선 살려 단기간에 매출을 발생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확보한 자금은 상품을 다시 들여오는 데만 사용되지 않는다. 홈플러스는 밀린 상품대금과 임대료, 전기·수도 등 점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우선 지급하고, 지연된 직원 급여와 소상공인 입점업체의 미정산 대금도 함께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2천억원만으로 매장과 공급망을 얼마나 복구할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 입점점주 측에서는 점포 한 곳의 매대를 다시 채우는 데 약 25억∼30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67개 점포에 적용하면 상품 확보에만 최대 2천억원 안팎이 들어갈 수 있다.
여기에 연체 임대료와 각종 운영비, 직원 급여, 입점업체 미정산 대금까지 함께 지급해야 한다. 2천억원이 회사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자금이라기보다 중단된 영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핵심 점포가 문을 여는 것과 별개로 37개 비핵심 점포는 폐점 절차를 밟는다. 홈플러스는 본사와 매장의 실제 근무 인원도 최소 수준으로 운영하고, 업무에 투입되지 않는 직원은 당분간 휴직 상태로 유지할 계획이다.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홈플러스 인력은 2024년 12월 약 2만3천명에서 희망퇴직과 회생절차 폐지 결정 등을 거치며 약 1만2천명까지 줄었다. 주차·미화·물류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회사의 회생 여부가 홈플러스 직원뿐 아니라 입점 상인과 납품업체, 용역업체까지 연결된 고용 문제라는 점을 외면하기 어렵다.
영업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기존 복층형 대형매장을 약 1천평 규모의 단층 점포로 줄이고, 식품과 자체 브랜드, 생필품 중심으로 상품군을 압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넓은 매장에 다양한 상품을 쌓아두는 전통적인 대형마트 방식에서 벗어나 매장 면적과 재고 부담을 함께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미국 유통업체 트레이더조와 비슷한 형태의 효율적인 점포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축소된 상품 구성과 달라진 점포 형태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홈플러스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소비자와 협력업체의 신뢰 회복이다. 영업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은 다른 대형마트나 온라인 유통업체로 이동했고, 납품업체들도 미지급 가능성을 우려해 상품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는 문을 연다고 곧바로 정상화되는 사업이 아니다. 매대에 상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고객이 다시 방문하며, 발생한 매출로 신규 물품 대금과 인건비를 지급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핵심 점포 67곳을 동시에 다시 여는 계획이 자금과 물류 부족으로 지연될 경우 회생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빠르게 식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자금 지원에는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문제도 얽혀 있다. 메리츠 계열사들이 실제 대출을 집행하고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원리금 전액을 연대보증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 책임이 현실화할 수 있다.
대주주가 뒤늦게라도 보증에 나선 점은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자금난과 대규모 고용 불안에 빠진 뒤에야 책임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와 경영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란까지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의 관건은 67개 점포의 실제 재개 시점과 상품 공급 수준, 그리고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는 회생기간 동안 점포와 인력을 줄여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매각 작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결국 이번 회생계획은 104개 점포를 모두 되살리는 방식이 아니라, 37곳을 정리하고 67곳에 자원을 집중하는 ‘압축 생존’ 전략이다. 2천억원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홈플러스의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매장 문이 다시 열리는 순간부터 진짜 시험이 시작된다는 견해도 있다. 소비자가 돌아오고 협력업체가 상품을 공급하며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번 회생절차 재개 역시 파산 결정을 잠시 미룬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