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중소·비정규직, 출산휴가조차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게 현실”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져야…저출산 해결 안 되더라도 기본적 책무”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15년간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원장인 윤 대통령이 저출산위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이후 약 7년 만의 대통령 주재 회의로 향후 실효성 있는 정책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라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이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풀어가야 한다”며 “복지·교육·일자리·주거·세제 등 사회 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여러 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께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정말 막말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고 저는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도록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제도 역시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 다수의 노동 약자는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육아·돌봄 휴가조차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산·육아하기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정책만을 갖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며 민간의 동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돌봄과 교육, 유연 근무와 육아휴직의 정착, 주거 안정, 양육비 부담 완화, 난임 부부 지원 확대와 같은 지원을 빈틈없고 촘촘하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보다 행복을 키워주는 문화, 또 열심히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 문화로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에 휘말리는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도 근본적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마을이나 공동체 문화로, 그런 방향으로 좀더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단기적 또는 일회성 대책으로 절대 해결이 안 된다”며 세밀한 여론조사, 초점집단 심층면접(FGI), 저출산위 회의 상시 개최, 긴밀한 당정 공조를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비상한 각오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홍석철 저출산위 상임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후 김영미 부위원장으로부터 저출산 정책 추진 방향 등을 보고 받았다.
이후에는 청년·다자녀 양육 부모 등 정책 수요자, 전문가, 저출산위 위원 등 참석자 70여명과 함께 ▲ 돌봄 지원 ▲ 일·육아 병행 ▲ 주거·건강 지원 ▲ 저출산 대응력 강화 등 네 가지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저출산위 당연직 위원인 추경호 기획재정부·이주호 교육부·조규홍 보건복지부·이정식 고용노동부·김현숙 여성가족부·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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