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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쌤의 책방] 상상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 이매지노베이션

『이매지노베이션』
윤종록 지음 | 크레듀하우(Credu Hawoo)

[봉쌤의 책방] 상상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 이매지노베이션

혁신은 흔히 새로운 기술에서 시작된다고 믿어진다. 그러나 윤종록의 『이매지노베이션』은 이 익숙한 전제를 조용히 뒤집는다. 이 책에서 혁신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상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실행의 구조다.

윤종록은 관료로서 정책을 설계했고, 산업 현장에서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경험해 온 인물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유행하는 비전 담론보다 현장에서 체득한 문제의식이 먼저 깔려 있다. 그는 왜 많은 조직과 국가가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성과는 내지 못하는 상태에 머무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상상력의 부족이 아니라, 상상과 실행을 연결하는 구조의 부재에서 찾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인 ‘이매지노베이션(Imaginnovation)’은 상상(Imagination)과 혁신(Innovation)의 결합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조어가 아니다. 상상은 개인의 영역에 방치되고, 혁신은 기술이나 제도의 문제로만 다뤄지는 한 두 요소는 결코 만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이 개념의 출발점이다. 상상이 실행으로 번역되지 못하는 순간, 혁신은 구호로 남는다.

이 책의 미덕은 담론에 머물지 않는 데 있다. 산업 정책, 기술 혁신, 인재 양성, 조직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상력이 어떻게 제도와 전략으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국가와 기업이 미래 산업을 준비하면서 ‘정답 찾기’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혁신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곱씹을 만하다. 이미 정해진 답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보다, 아직 문제조차 명확하지 않은 영역을 상상하고 실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더십에 대한 정의도 분명하다. 저자가 말하는 혁신적 리더는 모든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상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실패를 제거해야 할 오점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와 사고가 충돌할 수 있도록 판을 여는 것. 말처럼 쉽지 않지만, 위계와 관성에 익숙한 조직일수록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매지노베이션』은 단순한 경영서나 미래 예측서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마주해 온 ‘혁신의 공허함’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우리는 왜 늘 한 발 늦게 따라가는 위치에 서게 되는가. 저자는 그 이유를 기술 격차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상상과 실행을 분리해 온 구조적 습관에서 찾는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그러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이렇게 현실적인 언어로 묻는 책은 드물다.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상상을 묻고, 상상을 말로 끝내지 않고 실행의 문제로 끌고 가는 태도.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상상이 공허한 수사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독자라면, 『이매지노베이션』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읽을 만한 책이다.

top_tier_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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