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봉쌤의 책방] 문과의 언어로 과학을 읽는다는 것 [봉쌤의 책방] 문과의 언어로 과학을 읽는다는 것](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2/image-44-663x1024.png)
과학은 언제부터 ‘전공자들의 언어’가 되었을까. 교과서 속 공식과 그래프, 시험을 위한 암기 앞에서 많은 이들은 일찍이 과학을 떠났다. 문과를 선택한 순간, 과학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회피의 대상이 되었고, “나는 문과라서”라는 말은 곧 사유의 포기처럼 굳어졌다.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는 바로 그 오래된 핑계 앞에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과학은 정말 문과의 바깥에 있는가.
이 책은 과학을 ‘배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세계관’으로 제시한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진화론,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범위는 넓지만, 접근 방식은 단순하다. 공식을 증명하지 않고, 실험을 재현하지 않으며, 대신 왜 그런 질문이 등장했는지, 그 질문이 인간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따라간다. 과학사를 읽는 듯하면서도, 한 인간의 사유 여정을 동행하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과학적 태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과학은 만능의 답안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는 가설의 집합이며, 인간의 인식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과학을 설명할 때마다 정치, 역사, 철학, 문학의 언어를 끌어온다. 문과적 사고는 이 책에서 결코 열등한 보조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을 인간의 이야기로 번역해내는 핵심 도구로 기능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과학과 민주주의, 과학과 윤리를 연결하는 시선이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고, 증거 앞에서 자신의 믿음을 수정할 수 있는 태도는 과학의 미덕이자 시민의 덕목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과학 교양서를 넘어, 오늘의 사회를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제안으로 확장된다. 과학을 모르면 기술을 두려워하게 되고, 이해하지 못하면 음모론에 기대게 되며, 결국 판단의 주권을 스스로 내려놓게 된다는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는 과학을 잘 알게 해주는 책이라기보다, 과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문과와 이과를 가르는 오래된 경계선 위에서, 유시민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라고. 그 태도 자체가 이미 과학이며, 동시에 시민의 교양이라고.
과학 앞에서 주눅 들었던 문과의 시간들, 혹은 ‘전문가의 영역’이라며 고개를 돌려왔던 독자라면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지식을 채우기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조금 넓혀주는 책. 봉쌤의 책방에 이 책을 올려두는 이유다.
top_tier_1@naver.com
![[기억의 시간]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돌아오지 않겠다고 결단한 한 사람의 시간 [기억의 시간]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돌아오지 않겠다고 결단한 한 사람의 시간](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2/IMG_5033-1024x768.jpeg)







![[지선 D-120] 오늘부터 광역단체장·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지방선거 레이스 본격화 [지선 D-120] 오늘부터 광역단체장·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지방선거 레이스 본격화](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6/02/image-3-1024x683.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