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시간] “불꽃으로 새긴 의(義), 106년의 기억” [기억의 시간] “불꽃으로 새긴 의(義), 106년의 기억”](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1/image-79.png)
106년 전 오늘, 만주 지린성의 초겨울 밤. 싸늘한 바람이 매서운 그날, 허름한 여관방 한켠에 13명의 젊은이가 모였다. 스무 살 남짓한 청춘들은 두려움을 넘어서 있었다. 조국의 이름은 사라졌고, 민족의 존엄은 짓밟혔지만, 그들의 가슴에는 오직 하나의 신념이 타올랐다. “죽음을 넘어, 정의를 세우리라.”
그들은 논리보다 행동을 믿었고, 생존보다 명예를 택했다. 나라를 잃은 현실 앞에서 절망 대신 투쟁을, 울분 대신 결단을 선택했다. 그들의 맹세문에는 “천하의 정의를 맹렬히 실행하고, 조선의 독립과 세계의 평등을 위하여 신명을 바친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이 훗날 ‘공약 10조’로 불리며 그들의 행동강령이 되었다.
그들은 결코 이상에 머무르지 않았다. 조선총독부, 경찰서, 동양척식주식회사, 식산은행등 식민 권력의 상징적 기관들을 ‘5파괴’의 대상으로 삼았고, 총독과 고관, 밀정과 매국노를 ‘7가살’의 목표로 규정했다. 그들에게 폭탄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잠든 민족정신을 깨우는 경종이었다.

1923년, 창립 9주년을 즈음하여 그들은 한층 명확한 사상적 선언을 세웠다. 단재 신채호가 집필한 《조선혁명선언》이었다. 이 선언은 그들의 철학이자 신앙이었다. “혁명은 민중의 직접 행동으로 완성된다. 말로써 독립을 구걸하는 자, 그는 혁명가가 아니다.” 그들의 투쟁은 단순한 폭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사회, 새로운 인간을 세우는 혁명적 결단이었다.
그들은 이름 대신 ‘의(義)’를 걸었다. 1920년 박재혁이 부산경찰서를 폭파했고, 1921년 김익상이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던졌으며, 1923년 김상옥은 종로경찰서 앞에서 끝내 장렬히 산화했다. 1924년 김지섭은 일본 황궁 니주바시를 향해 폭탄을 던졌고, 1926년 나석주는 동양척식회사와 식산은행을 폭파하며 조선의 분노를 세상에 알렸다.
그들의 투쟁은 실패의 기록이 아니었다. 그들의 피는 역사의 길을 바꿔놓았다. 그들의 죽음은 조국의 심장을 되살리는 불씨가 되었고, 그 불길은 훗날 임시정부, 민족혁명당, 그리고 광복군으로 이어졌다.

이제, 106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조심스레 되새긴다. 그날 밤, 화성여관에 모여 의(義)의 결단을 세웠던 13명의 창립 단원들.
김원봉(약산), 윤세주, 이성우, 곽재기, 이종암, 서상락, 한봉근, 문영백, 이중업, 신철휴, 성주식, 박재혁, 오성륜.
그들은 조국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렸고, 목숨을 걸고 자유의 문을 열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터진 폭탄의 불길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억압된 민족정신을 일깨운 ‘각성의 불꽃’이었다.
그들의 결의문, 그들의 선언, 그리고 그들의 희생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는 지금 어떤 의(義)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그들이 남긴 《조선혁명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독립의 완성은 단지 국경의 회복이 아니라, 정의와 인간의 존엄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을 세우는 일이라는 메시지. 그것이 의열단이 남긴 궁극의 유산이었다.
오늘, 의열단(義烈團) 창단 106주년을 맞아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김원봉, 윤세주, 박재혁, 이성우, 이종암, 곽재기, 서상락, 한봉근, 문영백, 이중업, 신철휴, 성주식, 오성륜,
그 불꽃 같은 이름들이 바로 대한민국 독립의 초석이었다.
“그들은 총 대신 의(義)를 들었고, 죽음 대신 자유를 택했다.”
그들의 불길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가 오늘, 기억의 시간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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