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수의 길, 충성 아닌 이성으로 바로 세워야 [사설] 보수의 길, 충성 아닌 이성으로 바로 세워야](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0/image-55.png)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일반 면회’ 형식으로 찾은 일을 두고 당내 반발이 거세다. 김재섭 의원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공개 해명을 요구했고, 정성국 의원은 “당을 나락으로 빠뜨렸다”고 직격했다. 여야 공방이 한창인 국정감사 정국 속에서, 당의 전선이 흔들릴 수 있는 돌발 행보였다는 비판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이후 처음으로 ‘야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시험받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국감 출석 등에서 공세의 주도권을 쥐며 모처럼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상황이었다. 그 시점에 ‘윤 전 대통령 면회’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은, 자칫 여당에 반격의 빌미를 주고 중도층의 시선을 다시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정치적 타이밍과 맥락을 외면한 채 강성 지지층 달래기에만 초점을 맞춘 행보라면, 이는 명백히 전략적 실책이다.
보수 정당이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이성적 절제와 균형 감각’이다. 감정과 충성의 정치로는 결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한 강성 지지층의 결집에 기대는 구태에서 벗어나, 당의 중심을 중도와 민생으로 돌려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이 되찾아야 할 것은 ‘과거 권력’이 아니라 ‘새로운 보수의 정당성’이다.
더욱이 이번 면회가 지도부나 최고위원회와의 상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리더십의 절차적 정당성에서도 문제를 안고 있다. 공당의 대표가 개인 정치인으로서의 약속을 이유로 당의 기조와 무관한 행보를 보인다면, 그 자체로 조직 운영의 일관성이 흔들린다. 지도부의 판단이 공유되지 않는 정당은 필연적으로 분열과 불신을 낳는다. ‘야당 대표의 면회’로 비칠 수 있는 사안이라면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장 대표는 이제라도 자신이 국민의힘을 어디로 이끌고자 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그늘’ 속에 머물 것이 아니라, ‘보수의 갱신’이라는 큰 비전을 내세워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려면, 그 비판의 근거가 도덕성과 품격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책임 있는 보수’의 모습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전면적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지만, 중요한 것은 논란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지금의 논란은 단순한 면회 여부가 아니라 ‘보수의 정체성’을 둘러싼 경고음이다.
정치적 의리보다 국민의 신뢰가 더 무겁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동혁 대표가 보여줘야 할 것은 특정 인물에 대한 충성이나 상징적 제스처가 아니다. 그것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의 품격을 세우는 용기이며,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는 결단이다.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윤석열의 당’이 아니라 ‘국민의 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장동혁 대표의 정치적 선택과 언행에서 비롯된다. 보수의 가치가 감정의 충성이 아닌 이성의 원칙 위에 세워질 때, 국민의힘은 비로소 건전한 보수의 대표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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