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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희대 대법원장, 결자해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사설] 조희대 대법원장, 결자해지의 길을 걸어야 한다
대법원 전경(사진제공=대법원 홈페이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절차적 시비를 넘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처리하면서, 판결의 법리적 타당성과 별개로 정치적 편향 의혹이 확산되었고, 사법부가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였다.

재판 신속화 원칙 자체가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원합의체가 다루는 중대한 사건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고 없이 결정을 서둘렀다는 인식이 퍼진 순간, 그 결과의 정당성은 이미 흔들렸다.
충분한 법리 검토와 사회적 함의에 대한 숙의가 부족한 채 내려진 결정은 그 타당성과 무관하게 정치적 편향 의혹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사법 신뢰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법원장 스스로가 사법 신뢰를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자리인 만큼, 사태의 파장은 다른 어느 재판부보다도 무겁게 귀속된다.

정치권의 대응 또한 성찰이 필요하다. 여당이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하여 사퇴를 요구한 것은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판결에 대한 평가는 학계·법조계·언론의 공론장에서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력이 사법부 수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것은 향후 사법 판단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구조 속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될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원칙이 존중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법부 스스로가 그 권위를 지켜내야 한다. 대법원장이 내린 결정이 사법 불신을 자초한 상황에서, 사법부 전체가 감내해야 할 상처를 최소화하는 길은 결국 책임 있는 자기 결단일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억지로 자리를 지키는 완강함이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존중과 국민 신뢰 회복을 우선하는 용기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을 맺은 자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말처럼, 사법부 최고책임자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을 보전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역사는 때로 법리보다 무겁고, 직책보다 더 큰 책임을 요구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봉사는 바로 자기 희생을 통한 사법부 명예의 수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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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ussell158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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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ia103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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