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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텃밭서 이틀 연속 공개행보 文, 정부 대북정책에만 강한 비판

9·19 평화공동선언 6주년 기조연설
“지금 한반도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

야권 텃밭서 이틀 연속 공개행보 文, 정부 대북정책에만 강한 비판
9·19 평양공동선언 전남 평화회의 참석하는 문재인
20일 오전 전남 영암군 호텔 현대 바이라한 목포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전남 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동하고 있다. 2024.9.20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19∼20일 야권의 텃밭인 광주와 전남 목포에서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공개 행보를 해 눈길을 끌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한 행사였던 만큼 문 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가 원래 관심사였지만, 문 전 대통령 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할지에 더 이목이 쏠렸다.

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전(前)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평산마을 사저를 찾아온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강하게 임할 것”이라고 한 것 외에는 검찰 수사에 관해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이틀간 공개석상에서 자연스럽게 관련 언급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문 전 대통령은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과 20일 ‘전남평화회의’ 어디에서도 검찰 수사를 언급하거나 언론과 별도 접촉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에서 검찰 수사를 직접 언급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든 자신과 가족을 향한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만큼 이를 피하고자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강하게 비판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문 전 대통령은 20일 전남 목포 호텔현대에서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에서 현 정부를 향해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대화를 위한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전남 목포시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전남 평화회의 기조연설에서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대화를 포기하고,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19일) ‘통일담론 재검토’를 피력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윤 정부의 대북정책을 작심 비판한 것이다.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참석자들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9.19 (사진제공=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9·19 군사합의는 파기되었고, 한반도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며 “남북한은 이제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 방송 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이제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며 “매우 우려스럽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구도가 새롭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진영을 나눠 대립하는 냉전 구도는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의 길을 막고, 한반도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며,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번영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구도가 강화한다는 점을 들며 “대한민국이 신냉전 구도 강화에 앞장서거나 편승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가 군사적 대결의 최전방이 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북미대화 재개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럴 때 우리가 과거처럼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대화를 외면하고 대결 노선만 고집하다가는 언젠가 북미대화가 재개될 때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그는 “상대가 좋든 싫든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 노력이 절실하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나설 것은 현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도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선 데 따라 기존의 평화담론과 통일담론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며 “그러나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9·19 군사합의가 폐기됐고, 남북 간 오물풍선과 대북 확성기 방송 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이 시작됐다”며 “한걸음 삐끗하면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당국은 더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임 중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가장 공을 들였던 만큼 9·19 군사합의 파기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식을 바라보고 있다. 2024.9.19 (사진제공=연합뉴스)

haileyyang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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