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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방문진 이사 임명 제동에 與, “사법부 역사에 명백한 오점”

법원이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차기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며 여야의 논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법원의 방문진 이사 임명 제동에 與, “사법부 역사에 명백한 오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박선아 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새 이사 임명 처분을 막아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 이사진의 취임은 불가능하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의 방문진 이사로서의 법적 지위와 후임자들의 법적 지위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후임자 임명의) 무효를 확인하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 임기가 끝난 종전 임원들로서는 형식적으로 후임자의 임명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제한되는 불이익을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본안소송 심리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방문진 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청인들에게는 이 사건 임명처분의 효력을 정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로서 수행하는 직무 등은 언론의 자유나 방송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해당하거나 근접한 위치에 있다”며 “방문진 이사 지위는 민법상 법인의 이사 등에 비해 더 두텁게 보호돼야 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현재 ‘2인 체제’인 방통위의 의결이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을 통해 2인 위원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이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방문진 신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을 선임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이 7월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방통위 2인 체제 합법성 인정 헌재 결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에 제동을 걸자 여권과 보수 법조계 및 학계에서 “삼권분립의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27일 법원이 방문진 이사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대해 “사법부 역사의 명백한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에서 “대한민국 통치 체계와 법리, 기존 판례에 모두 어긋나는 중차대한 일탈이라 볼 수밖에 없는 결정”이라며 “사법부가 행정부 인사권을 침해하고 좌지우지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법원장 출신 법조인은 27일 “행정기관 임명권 행사는 재량행위로서 위법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존중돼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사실상 법원이 신임 이사를 해임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왔고, 법원이 정치적 고려로 인사권을 행사한 격”이라고 우려했다.

법원이 문재인 정부 때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 강규형 KBS 이사의 위법한 해임에 대해 집행 부정지 원칙을 고수해 이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기각했던 것을 비추어 보면 이번 법원의 결정은 상반된 결과이다.

당시 법원은 ‘잔여 임기가 남았다 하더라도 해임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이번 재판부는 신청인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헌법적으로는 삼권분립 위반이고, 기간이 만료된 이사들을 법원이 재임용한 꼴이라 사법권의 본질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법리적으로도 신청인들이 임기가 만료돼 소송 이익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방문진 이사진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 비춰봐도 법원의 이번 결정은 기존 이사진을 그대로 재임용한 거라 스스로 논리적 모순, 순환논법에 빠진 것이며 보충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통위는 법원의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 하기로 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재량행위인 인사권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지 않은 한 무효가 있을 수 없다”며 “행정부 인사권에 입법부가 노골적으로 간섭했고 그에 법원이 동조한 꼴이라 삼권분립 원칙이 위반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야권에서는 법원 결정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란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법원이 윤석열 정권의 MBC장악 시도에 제동을 건 것으로,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과”라며 “윤석열 정권은 반칙과 불법으로 점철된 MBC 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오늘 판결로, 여권 인사만으로 구성된 ‘2인 방통위’가 갖는 위법성, 부실하고 졸속 이사 선임의 위법성이 재확인됐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불법적 방송 장악에 맞서 언론 자유를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자 출신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는 “방통위 설치법의 제정 취지가 5인 합의제라는 점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며 “특히 미디어 분야는 행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는 민주주의 실현에 위해가 된다고 보고 여야 정치적 다양성을 충족하도록 5인 체제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것을 항고하고, 본안까지 지켜보자고 할 일이 아니라 여야 대표가 만나 조속히 5인 체제를 복원하는 데 힘써야 하며 방통위 문제가 정치 복원의 상징적인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에서 “이제라도 방송법 개정에 동참하고 언론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라는 것이 이번 결정에 담긴 본질적 의미”라고 밝혔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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