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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돈’…안세영,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나이키와 계약했지만 협회 규정상 요넥스만 사용해야

실업선수 연봉 제한 두고도 불만

작년 한 해만 십 수억원 벌었지만 부족함 느껴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후 기자회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비난하는 입장을 밝혀 파문을 일으킨 안세영이 마침내 본심을 털어 놓았다.

결국은 ‘돈’…안세영,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전 안세영의 기자회견 발언은 역대 올림픽 최대 성과를 내며 환호하던 대한민국 선수단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었다. 펜싱·사격·양궁에서 깜짝 금메달 행진을 펼치며 뜨겁게 달아오른 올림픽 열기가 순간 얼어 붙기도 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의 기자회견장에서도 기자들은 안세영의 발언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기 일쑤였고 선수들조차 대답하기 껄끄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장에서 안세영의 발언은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선수들의 부상관리에 소홀했다는 점과 선후배 사이 위계질서가 지나치게 엄격했다는 부분에 집중됐다.

하지만 본질은 그것이 아니었다.

안세영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경제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이 지적하는 부분은 자신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조차 협회 규정에 따르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배드민턴은 동호인 수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국내에는 프로선수도 없고 실업선수만 존재한다. 그나마 일부 실업선수를 지원하는 기업 및 지자체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은 ‘선수계약 관리 규정’을 통해 실업선수의 계약금·연봉을 제한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신인선수 중)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계약기간은 7년으로 한다. 계약금은 7년간 최고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입단 첫해 연봉은 최고 5천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면서 “연봉은 연간 7% 이상을 인상할 수 없으며 3년 경과 후에는 구단과 선수 간의 협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입상 포상금 등 각종 수당은 연봉과 별개로 수령할 수 있지만, 광고 수익은 계약금·연봉에 포함된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이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세영은 2021년 1월 광주체고를 졸업하고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올해가 실업선수 4년 차다. 입단 이후 안세영은 국내외 무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으나 최소 첫 3년 동안에는 그에 비례하는 계약금과 연봉을 받진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세영은 2023년 동안 8개의 투어에서 우승하는 등 상금으로만 62만8020달러(약8억5703만원)를 획득했다. 자신이 속한 삼성생명에서 받는 연봉과 우승 수당, 나이키에서 받은 후원 계약금 등을 합산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십 수억의 소득을 한 해 동안 얻은 셈이다.

안세영이 반발하는 부분은 또 있다. 협회가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는 부분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한다”고 적혀있다.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해선 “그 위치는 우측 카라(넥)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지정한다. 단 배드민턴 용품사 및 본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개인 후원 계약 기간에 올림픽 및 아시아경기대회 등 대한체육회에서 주관해 파견하는 종합경기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한체육회의 홍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있다.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선 협회나 대한체육회가 지정하는 후원사의 용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세계 최고의 배드민턴 용품 업체인 요넥스와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체육계에 따르면 협회는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현금 후원과 이와 동일한 금액의 용품을 요넥스에서 지원 받고 있다. 협회는 이 돈으로 주니어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간 수십 개의 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안세영 또한 협회의 후원으로 금전적 지원을 받으며 국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안세영은 나이키와 개인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올림픽에 출전하며 나이키가 제작한 용품을 협회 규정에 따라 착용할 수 없었던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배드민턴계에서는 안세영 혼자만을 위해 규정을 바꿀 순 없다는 입장이다. 안세영만 고려해 전체 대표팀 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없을 뿐더러 자칫 한국 배드민턴 육성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후원 계약을 선수 개개인의 차원으로 돌린다면 비인기 선수들과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협회가 받아야 할 후원 계약금이 스타 선수에게 집중되면 개인 후원 계약을 맺을 수 없는 선수들은 국제 무대에 설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현재 실업선수의 연봉과 계약금에 대해 제한을 두는 것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비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체 파이를 어느 정도 유지함으로써 총 300여명의 실업 선수가 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첫 3년 연봉의 한도를 정해주지 않으면 거품이 너무 많이 껴서 실업팀들이 선수단 유지를 못 할 수 있다”면서 “시장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보니 안세영 선수처럼 수십 년에 한 번씩 나오는 특별한 선수에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선 실업팀조차 많지 않다. 광주은행, 삼성생명, 새마을금고, 인천공항, 전북은행, KGC인삼공사 6개 뿐이다.

배드민턴계와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계에서도 안세영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의 대우를 두고 많은 고심을 하겠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기에 여론의 추이만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안세영 또한 자신에 대한 특별 대우를 요구했지만 국내에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안세영이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대우를 약속하는 국가로 국적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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