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 콘크리트 슬래브 타설 의무조항 개정
목조주택은 층간 소음 기준 이내면 슬래브 타설 면제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목재를 사용해 건축한 높이 73미터의 21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완공됐다. 현재 최고층 목조 건축물은 높이가 86.6m 이른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지어진 25층짜리 ‘아센트’ 타워이다.
놀라운 사실은 조만간 높이 100미터짜리 주상복합 목조건물이 지어진다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 인근에 2026년까지 건축될 이 건물이 완공되면 100미터를 넘는 세계 최초의 목조건물이 된다.
세계 각국이 고층 목조건물을 경쟁적으로 건축하는 것은 목재와 같이 자연 재료를 적극 활용한 친환경 건축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목조를 사용해 건축을 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콘크리트 건물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실제 시멘트와 철강을 제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한국에서 목조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대 내의 층간바닥을 콘크리트 슬래브 210 ㎜ 이상 타설토록 하는 ‘주택건설기준규정’ 상의 사양 규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7일부터 주택법 시행령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고층 목조 공동주택을 짓는 것도 가능해졌다.
규제개선의 밑바탕에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에 성공한 목조 공동주택용 목재 층간바닥이 있다. 이 층간바닥은 두꺼운 콘크리트 슬래브가 없어도 층간 소음을 성능기준(49 dB) 이하로 만족시킬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목조건축물은 철골조 건축물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지진 등으로 건물이 받는 충격은 건물의 중량에 비례하는데, 목재는 다른 건축 재료보다 가벼워 충격을 잘 이겨낸다.
또한 목재는 열전달 속도가 느려 철 구조물 건물보다 화재에도 강하다. 나무는 표면 일부가 불에 탈지라도 크게 손상되지 않은 목재 내부가 건축물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반면, 철이나 알루미늄은 화재 때 강도가 40% 이하로 감소해 더 위험하다.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 이상준 연구사는 “이번 주택법 시행령의 개정 및 시행은 국내 목조 공동주택 실현의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목조건축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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