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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사업 참여한다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 체결, 향후 5년 간 미 함정 MRO 사업 참여 자격 확보

연간 20조원 규모 미 해군 함정 MRO 시장 참여

향후 미 국내법 개정시 미 군함 신조 사업으로 외연 확장 기대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함정 유지보수운영(MRO)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

HD현대중공업은 11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MSRA는 미 함정의 MRO를 위해 미국 정부가 민간 조선소와 맺는 협약으로, 미국이 운용하는 함정에 대한 MRO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MSRA를 사전에 체결해야 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 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사업 참여한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말 해군에 인도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1번함 ‘정조대왕함’의 시운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제정한 ‘존스법’을 통해 미국 내에서 운송을 위해 운항되는 선박은 미국에서 만든 국적선만 허용된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자국 내 선박 건조를 의무화한 것이다.

미국 조선소들이 미국 군함과 연안을 운항하는 선박을 독점 건조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해 오늘날 미국 조선산업의 몰락을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조선소로 꼽히는 버지니아 주의 ‘뉴포트 뉴스’ 조선소는 미 해군의 항공모함을 독점적으로 건조하는 곳이지만 한국 HD현대중공업의 3분의 1 규모 밖에 안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세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 해군이 매년 수 십척의 군함을 진수시키며 태평양으로 진출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건조 능력의 한계, 높은 인건비, 기술 부족으로 연간 10척을 건조하기도 버거워 하고 있다.

미국 조선업의 쇠락으로 미 함정은 수리조차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남중국해에서 미상의 물체와 충돌해 함수 부분이 파손된 미 해군의 시울프급 공격용 원자력잠수함인 ‘코네티컷’함은 수리를 위해 도크 밖에서 20개월 동안 기다려야 했다. 또한 조선소는 수리가 완료되려면 31개월이 걸린다는 충격적인 제안서를 미 해군에 제출했다.

이번 HD현대중공업의 MSRA 협약 체결은 다행히 군함 정비는 존스법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 해군은 군함 정비를 해외 조선소에 맡기고 미국 조선소는 모든 역량을 신함 건조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 체결을 위해 지난해 5월 MSRA를 신청한 이후 올해 1월 시설 및 품질 실사를 완료했으며, 3월과 5월에는 각각 보안 실사와 재무 실사까지 마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맺은 MSRA를 계기로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나아가 이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 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 MRO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지속적으로 미국 군 당국의 신뢰를 쌓아, 향후 미국이 ‘존스법’을 개정하면 함정, 특수목적선, 관공선 등 신조(新造) 사업으로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는 “그동안 총 18척의 해외 수출 함정을 건조한 독보적인 기술력과 필리핀에서 축적한 MRO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연착륙함으로써 K-함정 수출의 지평을 더욱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zerosia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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