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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불패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전공의 행정처분 접은 정부

정부, 비판 감수하고 전체 전공의 면허정지 않기로

정작 전공의들은 사직서 처리해달라 요구

정부가 장기간 이어지는 의료 공백 사태의 해결을 위해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벌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의사불패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전공의 행정처분 접은 정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련 현장의 건의사항과 의료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복귀하는 전공의뿐 아니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련병원 복귀를 거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도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정부가 ‘의사불패’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을 알면서도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을 철회한 것은 장기간 이어진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결단이다. 하지만 정부의 바뀐 방침이 전공의들은 수련 병원으로 돌아가게 할 유인이 될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행정처분 ‘중단’이나 ‘취소’가 아닌 ‘철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복귀자에 대해 행정처분을 ‘중단’하는 것이 방침이었지만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향후 처분 가능성을 없애고 복귀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4일 복귀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중단’하겠다고 해 다시 위법행위를 하면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 이번에는 앞으로도 처분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철회’라는 표현을 썼다.

동시에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9월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이달 15일까지 전공의 사직 처리를 완료해 결원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면 특례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는 경우 ‘1년 내 동일 과목·연차로 응시’를 제한하는 지침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을 마치고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탈하지 않고 비난을 감수하며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논란 또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일부 이탈 전공의들은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들을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의사 커뮤니티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겁박하기도 했다.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백기투항은 정부가 이번 의료공백 상황에서 계속 강조해온 ‘엄정대응’ 원칙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동안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이 의료계의 반발로 좌절된 사례를 들면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 “악습을 끊겠다”는 등의 표현으로 엄정대응을 강조해왔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무기로 정부의 의료개혁을 좌초시키면서도 처벌받지 않은 ‘의사불패’ 신화의 재현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행정처분 철회를 반기면서도 병원 복귀에 대해선 적극적이지 않은 반응이다. 이들은 행정처분 중단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복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가 의대 증원을 막무가내로 밀어 붙였다는 인식이다.

류옥하다 전 대전성모병원 인턴은 “미복귀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 것을 환영하고,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의대) 증원에 대한 과학적 재검토를 하지 않는 이상 사직한 전공의들이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정부에 대한 신뢰가 너무 낮고, 오히려 더 버텨보자는 얘기도 나올 정도”라며 “필수의료 수련의 맥이 끊기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역시 “이날 정부의 발표는 ‘반보’ 전진했다고 생각하지만, 취소도 아니고 철회에 불과하다”며 “정부를 신뢰할 만한 메시지는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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