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수감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가칭 ‘정치검찰해체당(이하 해체당)’을 창당해 이번 22대 총선에 비례정당으로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결정하고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해체당이 민주당의 충실한 우당(友黨)으로 통합형 비례정당의 취지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충심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는 공개 선언을 했다.
이미 송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제도를 고수하겠다고 발표하기 전부터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 유지와 반 윤석열 검찰범죄정권 세력 연합을 추진한다면 큰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송 전 대표의 민주당에 대한 뜨거운 구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그럼에도 창당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 대표의 최측근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떤 것이 민주당과 범야권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잘 고민해 주길 부탁드리겠다”며 송 전 대표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내심 송 전 대표 입장에서는 섭섭함이 가득할 것이다.
안될 것 뻔히 알면서도 서울시장 출마를 빌미로 알토란같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를 사법 리스크에 떨고 있던 이재명에게 던져 준 것이 바로 그 아닌가.
그것만 있다면 송 전 대표는 덜 억울할 것 같다.
이미 2021년 당 대표 시절,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낙연과 경쟁하던 이재명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려줌으로써 아슬아슬한 과반 득표를 유지하게 만들어 결선투표를 무산시킨 바도 있다.
요즘은 춥고 배고프진 않다고 하지만, 이재명 대표를 위해 모든 것을 던졌다고 생각하는 송 전 대표는 만감이 교차하며 옥중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어제 송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누군가 넣어 주었다는 <사상가 김대중>이란 책에 대한 감상을 무려 A4 용지 7장에 자필로 빽빡하게 써서 올렸다.
주요한 내용은 자신을 정치에 등용시켜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과 존경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대놓고 중간 중간 이 대표를 향한 메시지도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송 전 대표는 감상문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날이 2009년 8월 18일이다”라며 “대통령님의 유지를 계승하겠다는 취지에서 21대 국회의원 당선 후 의원회관 818호실을 요청하여 배정 받았다”고 썼다. 동시에 “지금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를 <승계>한 이재명 국회의원 방으로 쓰고 있다”며 결국 이 대표가 계양을 지역구에 자리 잡게 된 것이 자신 덕분이란 말을 애둘러 표현했다.
또한 죽음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달리 “검찰이 소환통지만 해도 벌벌 떨고, 구속 협박·기소 협박· 별건 수사, 캐비넷 앞에 쫄보가 되어 움츠리고 있는 우리 세대의 나약함이 부끄러울 뿐이다”라며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일갈했다.
왜 나에 대해 비겁하게 침묵하냐는 그의 불만은 부인 남영신 씨의 직접적인 등판으로까지 이어졌다.
남 여사는 작년 12월 22일 송 전 대표가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구속되니까 한동훈 장관은 지금 국회로 오지 않았느냐. 남편이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장관을 밖에서 비판하고 공격하니까 발을 묶고자 총선을 앞두고 구속시켰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 때 남 여사는 인천 계양을에 직접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조차 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러한 소문 자체가 퍼지는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반길리 없다.
이런 송 전 대표와 부인 그리고 지지 세력의 모습에 국민의힘이 반기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작년 12월 23일 논평을 내고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금권선거,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죄 등으로 추잡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반성 없는 일관된 태도는 그야말로 부창부수”라며 “민주당은 구성원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때마다 검찰 탄압을 주장하는데 대한민국의 법을 만드는 자들이 입맛에 따라 법을 우롱하며 법치주의를 무너뜨려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전 대표가 사력을 다해 언론 플레이를 펼치는 동안 민주당의 반응은 한결 같다. 입에 꿀이 아니라 강력본드를 붙인 듯 묵묵부답이다. 들려오는 말로는 이재명 대표가 송 전 대표 측에서 오는 모든 연락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당 대표에 서울시장 후보로까지 나온 송영길, 5선 의원 출신 송영길인데 반응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러니 송 전 대표가 분통이 터지지 않는게 이상할 것 같다.
이쯤에서 송 전 대표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송 전 대표가 구속된 원인인 일명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먼저 구속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서초구 갑 당협위원장의 수 많은 녹취파일로 인해 없는 사실로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지난달 31일 1심에서 징역 2년 판결을 받은 그의 핵심 측근인 윤관석 의원이 법정에서 “당시에는 민주당 내의 경선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잘못은 했지만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려고까지 한 것은 아니니 선처를 해달라”고 최후 진술을 함으로써 모든 사실이 명확했졌다.
현재 송 전 대표가 옥중에서 자신이 무죄 방면될거라고 판단하진 않을것 같다. 그 또한 사법고시를 통과한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도대체 왜 송영길 전 대표는 외견상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자세를 보이지만 실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득될리 없는 행동을 지속하고 있을까.
검찰 독재 정권에 맞서 신당을 창당하겠다, 민주당의 위성정당과의 공조를 통해 정치검찰과 싸울 것이다 등 국민들이 실소를 자아낼만한 발언이 계속되는 것은 민주당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행동임을 명문대를 나와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정치 경력 25년의 그가 모를리 없다.
결국 송 전 대표가 하는 모든 행동은 앞으로 몇 년 후 그가 다시 정계에 복귀하고자 할 때를 대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분명히 민주당에 지분이 있는 송영길인데, 구치소에 있는 나는 제쳐두고라도 심복들에게 어느 정도 자리를 마련해야하지 않겠냐는 외침이다.
일례로 돈봉투 의혹 사건의 주인공 중 하나인 자신의 측근 이성만 의원의 복당 및 공천 문제가 그 중 하나이다. 민주당이 곤란하게도 검찰은 이성만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장 기소 상태에서 국회의원도 되고 당 대표도 된 인물이 존재하는데 이성만 의원이 기소 되었다고 해서 공천 배제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민주당만 애가 탄다.
민주당이 친명, 친문 나뉘어 공천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송 전 대표가 내세울 것은 바로 자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통 중 한 명이며 노무현의 정신까지 계승하는 인물임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어제 올린 손편지를 통해 쉼없이 김대중·노무현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자신이 존경하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희생의 정치를 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모든 짐을 남에게 떠넘기는 이재명 대표를 향한 메시지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송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열심히 자르고 있는 파이 중 어떤 조각을 받게 될까.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각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공천 결과 발표일에 자세히 드러날 것이다. 물론 송 전 대표의 옥중 행보를 보면 손에 쥔 것이 없거나 너무 작은 조각을 받게 된다면 침묵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임이 분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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