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한전KPS 사장 재추천 요청 공문’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한전KPS 사장 인선을 둘러싼 긴 법적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보다 앞서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2일 허상국 전 부사장이 제기한 사장 공모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로써 허상국 전 부사장은 이미 2024년 12월 12일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차기 사장 내정자로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국의 혼란과 이후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1년 6개월 넘게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허 내정자는 한전KPS에서 38년간 근무하며 발전안전본부장 등을 지낸 정통 내부 기술 전문가다. 2024년 9월 실시된 공개모집을 통해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고,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까지 마쳐 사장 내정자로서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 그러나 당시 비상계엄 사태와 정권 교체기의 공공기관장 인선 지연이 겹치면서 주무부처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만이 남은 상태로 표류해왔다.
이후 정부는 지난 5월 돌연 재공모 절차에 착수했으나, 법원은 이번 결정을 통해 재공모의 근거가 된 행정 절차 자체의 효력을 정지시키며 “기존 사장 선임 절차의 정당성”이 상당 부분 인정되었음을 시사했다. 전력업계에서는 “광주지법과 서울행정법원의 잇단 인용 결정은 재공모를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시도가 무리한 행정 행위였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전KPS가 원자력·화력 발전소 등 국가 핵심 기반시설의 정비와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이다. 원전 설비의 경미한 결함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도의 전문 영역에서, 수장 공백이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 에너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다. 하루빨리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흔들림 없는 현장 관리 체계를 복원해야 할 시점이다.
한전KPS 내부와 전력산업계에서는 “더 이상의 표류는 조직의 사기 저하와 기술력 공백만 키울 뿐” 이라며, 정부가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해 2024년 12월 적법하게 내정된 허상국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전KPS 노동조합 측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내정자를 정치적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공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KPS는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원전 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을 더 오래 수장 없는 상태로 둘 수는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허상국 내정자를 대통령 임명 절차에 올려 한전KPS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