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News
  • [심층취재] 신태용 “고참선수들이 구단에 직접 보고… 난 바지감독이었다”

[심층취재] 신태용 “고참선수들이 구단에 직접 보고… 난 바지감독이었다”

— 울산HD, 성적 부진 뒤에 드러난 ‘내부 권력 구조’와 ‘비정상 운영’ 논란

K리그1 명문 구단 울산HD를 둘러싼 내홍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근 경질된 신태용 전 감독이 “단순한 성적 부진이 아닌 내부 권력 다툼이 해임의 본질”이라며 폭로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구단 운영의 투명성과 선수단 기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심층취재] 신태용 “고참선수들이 구단에 직접 보고… 난 바지감독이었다”
신태용 전 울산 HD FC 감독. / [2025 K리그1 25라운드] 울산 HD FC 1-0 제주SK (사진제공=울산 HD FC)

■ “감독 작전이 선수 귀에 다 들어가… 단체 항명까지 있었다”

울산 구단은 지난 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8월 초 부임한 지 약 두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신 감독은 해임 배경에 단순한 성적 문제가 아니라 ‘고참선수들의 조직적 반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KBS가 공개한 인터뷰 녹취에서 “코칭스태프끼리 짠 작전과 명단이 A선수 귀에 다 들어갔다”며 “경기 전부터 자기 결장을 이미 알고 있는 고참선수가 나에게 인사도 안 하고 후배들을 모아 단체 항명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정보를 흘린) 코칭스태프 중 일부가 특정 선수와 친분이 두터웠다”며, 내부 기강이 사실상 무너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팀의 전략과 명단이 선수단 내부로 새어나가고, 감독의 결정권이 흔들리는 현상은 프로 조직으로서는 치명적인 기강 해이라는 평가다.

■ “선수가 구단에 직접 보고… 나는 바지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인터뷰에서 울산 구단의 비정상적 의사소통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정상적인 팀이라면 선수의 의견이 코칭스태프를 거쳐 구단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하지만 울산은 선수가 직접 구단에 이야기하면 구단이 다 해결해줬다. 나는 바지감독 하다가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감독을 배제한 채 선수와 구단이 직접 연결되는 ‘이중 통로’ 구조, 즉 감독 권위를 제도적으로 무력화하는 운영 방식을 의미한다.
특히 일부 고참 선수들이 경기 출전이나 계약 문제를 두고 구단에 직접 항의하거나 요구를 전달하면, 구단이 이를 조율해주는 관행이 존재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감독보다 고참 선수의 전화가 더 빨리 먹히는 구조였다”며 “이런 시스템에서는 누구도 감독의 말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감독 평가와 관련한 내부 절차도 불투명했다.
통상 구단의 인사위원회나 기술위원회를 통해 진행돼야 할 ‘감독 경질 결정’이, 이번에는 코칭스태프·선수단 일부의 비공식 의견만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회의도, 공식 보고도 없이 대표이사가 현장 여론만 듣고 결단을 내렸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사진제공=신태용 전 감독 sns)

■ “감독 교체 투표 있었다”… 구단이 ‘선수 여론’만 반영

신 감독은 스포츠경향과의 추가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더 공개했다.
그는 “일부 선수가 울산을 자신의 팀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감독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구조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복수의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속초 전지훈련 전후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주도해 ‘감독 교체 필요성’을 논의했고, 호텔방에서 비공개 투표를 실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 결과를 대표이사에게 전달하며 “신 감독과는 더 이상 같이 뛸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구단은 이 비공식 투표 결과를 인사 결정의 참고 자료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감독은 “그 투표에 끼어 있던 선수가 나중에 ‘감독님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감독에 대한 불신임 절차가 공식 기구가 아닌 선수단 내부 여론조사로 대체된 셈이다.

■ 구단 “성적 부진 때문”… 그러나 시스템은 무너졌다

울산 구단 측은 여전히 “성적 부진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 감독의 잇단 폭로 이후, 구단의 운영 구조 부실과 선수단 파벌 관리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감독 경질은 있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선수가 구단에 직접 압력을 넣고, 구단이 그 의견만 듣고 결정을 내렸다면 프로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울산은 최근 몇 년간 감독이 자주 바뀌는 등 내부 권력 균형이 깨져 있다”며 “선수, 구단, 에이전트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즈키컵 준우승 직후 인도네시아 대표팀 구성원들과 기념촬영하는 신태용 감독. 2022 (사진제공=신태용 전 감독 sns)

■ ‘명문 구단’의 그림자… 남은 것은 신뢰의 붕괴

울산HD는 수차례 리그 우승을 거둔 K리그의 대표 명문이지만, 이번 사태로 프로 구단의 기본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감독의 권한이 흔들리고, 선수단의 자율이 무책임으로 흐른다면, 성적 이전에 팀의 정체성과 조직 윤리가 무너진다.

신 감독의 말처럼 “감독보다 힘 센 선수”가 존재하는 한, 울산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감독 교체’가 아니라, 프로축구 시스템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결국 울산이 되찾아야 할 것은 성적보다 신뢰와 시스템의 복원력이다.
명문 구단의 이름은 트로피가 아니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운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top_tier_1@naver.com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