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검찰 내 ‘기획통’으로 꼽혀
추-윤 갈등 때 추미애에 대한 강한 반발로 윤 대통령의 신임 얻어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에 심우정(53·사법연수원26기)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이번 인선을 발표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심 후보자는 법무부·검찰의 주요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며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검찰 구성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형사 절차 및 검찰 제도에 대한 높은 식견과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심 차관을 지명한 것은 검찰 조직 안정화를 우선적인 가치로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심 차관은 법무·검찰 행정에 정통한 대표적인 검찰 내 ‘기획통’으로 꼽힌다.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 차장검사 등 검찰을 지휘·감독하거나 법무 정책을 수립하고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을 주로 맡았다.
기존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검찰총장인 이원석 총장은 모두 특별 수사에 특화된 ‘특수통’ 검사였다. 윤 대통령 또한 특수통 검사로 유명했다. 그럼에도 기획통인 심 차관을 지명한 것은 조직 관리 경험이 많고 넓은 시야로 검찰 안팎과 소통하는 데 능하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거친 심 후보자는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무 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심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법무부 기조실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자 반발했다가 결재 라인에서 배제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추-윤’ 사태를 겪으며 확실한 윤 대통령의 사람이 되었다는 평이다.
심 후보자는 충남 공주 출신으로 자유선진당 대표와 17·18대 국회의원 등을 거친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아들이다.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편 심 후보자에게는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 중인 ‘검찰청 폐지’ 법안에 대응하고 사기가 꺾인 검찰 조직을 재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또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두고 최근 불거진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의 충돌로 인한 내분도 봉합해야 한다.
심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회견을 통해 “엄중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책임감을 느낀다”며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해선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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