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김 여사 비공개 수사 두고 공개 비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이 총장 대면하고 사과
홍준표 대구시장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맞는 행동인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며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사전 보고가 없었다는 이른바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일단은 봉합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소환조사가 부적절했다고 공개 질타했다.
이 총장은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인용했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성어를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이 총장을 대면 보고하면서 여러 차례 “죄송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총장은 ‘패싱 논란’의 진상을 감찰을 통해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과정에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분이 수습되더라도 이미 조직 내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이 총장이 임기를 2달 앞당겨 자진 사퇴를 결단하든지 아니면 이 지검장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할지 지켜 볼 대목이다.
이 총장은 여러 차례 내부적으로 김 여사를 검찰청사로 공개 소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소환조사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게 이 총장 판단이다.
현직 대통령 부인 사건이라는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청 소환조사’라는 원칙을 적용할 때만 어떤 처분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공세를 막아낼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간 야권에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등을 겨냥한 편향된 수사를 한다고 비판해 왔고, 앞으로도 이 전 대표와 김혜경 여사 등 수사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검찰 중립성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여사측은 공개 소환의 형식으론 참고인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고 이에 중앙지검 수사팀은 ‘제3의 장소’ 조사를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마저도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조사 도중 ‘사후 보고’하자 이 총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이창수 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대면 보고를 받고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 총장의 질책을 받은 이 지검장은 자체 판단으로 제3의 장소 조사를 진행한 경위를 설명하고, 여러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총장 지휘권이 배제됐기 때문에 위법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보고가 늦어졌다는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되 총장과 정면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 총장의 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에 대한 공개 비판에 “검찰 내부의 문제인 듯하다”며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지만 내부적으로 강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총장의 메시지가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방향이 잘못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3일 페이스북 글에서 “1997년 8월 YS(김영삼) 아들 김현철을 구속한 검찰총장 김기수는 대통령에 죄송하다고 바로 사표를 제출했다”며 “영부인을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했다고 퇴임을 앞둔 이 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감찰지시를 했는데 무엇이 검찰조직 수장으로서 맞는 행동이냐”고 물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이 중요하지 수사 장소가 중요한가”라면서 “법 이전에 최소한 예의를 갖출 줄 아는 법조인이 되어야 하고 검찰 조직 수장으로서 내부 문제는 비공개로 수습하는 게 맞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이어 홍 시장은 “모르는 척 하고 넘어 갔으면 ‘총장 패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지 않아도 됐다”며 “꼭 하는 짓이 문재인 정권 때 검찰 내부 충돌 같다”고 이 총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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