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내달 9일 목표로 네이버 보유 라인야후 주식 매입 추진”
전문가 “소뱅, 유불리 따라 빠른 판단…정부, 국익 차원 플랫폼에 관심 필요”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네이버가 13년 동안 세계적 메신저로 키워낸 라인의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지 주목된다.
라인 경영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하는 아시아 시장을 잃을 수 있어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일본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정보 유출 문제로 일본 정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의 중간지주사 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약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서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며 “내달 9일 결산 발표를 분기점으로 삼아 협의를 서두르려 하한다”고 전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어 양사가 라인야후의 실질적인 모회사다.
교도통신 보도대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충분한 수준의 A홀딩스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13년 전 출시해 세계적 메신저로 키워낸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2016년 7월에는 라인을 뉴욕과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했으며 2021년 3월 1일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포털 야후재팬간 경영을 통합하고 A홀딩스를 출범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A홀딩스 공동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네이버의 장기간 노력 덕에 라인은 일본에서 한 달에 1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수가 9천6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라인은 경쟁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진출이 미진한 태국(5천500만명), 대만(2천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이용자가 2억 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달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네이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경영권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이달 16일에도 라인야후가 마련한 사고 재발 방지책이 불충분하다며 2차 행정지도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독자적 대주주가 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ICT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오래전부터 라인을 흡수하기 위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놓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과거 엔씨소프트[036570], 넷마블[251270]과 각각 5:5 제휴를 했다가 단기간에 지분을 조정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2001년 엔씨소프트와 일본 현지 합작법인 NC 재팬 KK를 설립했다가 이듬해인 2002년 60%였던 지분을 40%로 줄였고 2016년에는 지분을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에는 CJ인터넷(현 넷마블)과 CJ 인터넷 재팬(현 넷마블 재팬)을 지분율 50%대 50%로 설립했지만 2006년 지분을 50% 아래로 낮췄고 2015년에는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구글과 중국 틱톡 등 플랫폼이 국익 차원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대 위정현 다빈치가상대학장(한국게임학회장)은 “몇년전 라인 서버가 중국에 있다는 루머가 퍼져 일본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았을 때에도 라인을 흡수하려는 일본 기업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적 있다”며 “소프트뱅크는 국내 IT기업과 제휴했다가도 유불리에 따라 신속하고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네이버가 면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 학장은 “미국의 중국 틱톡 때리기나 구글코리아 보호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 플랫폼은 장기적인 국익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우리 정부도 라인 사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