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친문 공격에 특화된 이언주 복당 권유
친문 홍익표 원내대표, 복당은 절대 불가 입장
요즘 더불어민주당이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을 두고 시끄럽다.
이언주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하면 2017년 “친문패권에 반발한다”며 탈당한 후 7년만의 귀향이다. 이후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스스로 만든 미래를향한전진4.0당을 거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당적을 두고 부산 남구을 당협위원장까지 지냈던 인물이다보니 민주당 내 반발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긴 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녀의 복당을 두고 술렁이던 가운데, 먼저 복당의 당위를 두고 포문을 연 것은 홍익표 원내대표이다.
홍 원내대표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기의 정치적 어떤 이유 때문에 탈당하고 복당하는 게 아니라 정말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진정성을 보이는 그런 모습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출마하지 않는다든지, 선당후사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 전 의원의 복당은 절대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언주 의원의 복당을 직접 권유했다고 알려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의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받아들인 친이재명 지지자들의 모임 개딸들의 심기를 거슬렀다. 이 전 의원은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이 대표가 큰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이란 대의에 함께 힘을 합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개딸들은 홍 원내대표를 온라인 상에서 비난하며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성동갑을 같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인 임종석 전 의원에게 물려주었으면서 갑자기 이재명 대표가 낙점한 이언주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이언주 전 의원이 중구·성동갑 지역구 출마를 해야한다는 말까지 한다.
한편 당 내 친명(친 이재명) 인사들의 공개적인 불출마 종용에 임종석 전 의원은 27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민주당입니다. 친문도 없고 친명도 없습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임 전 의원은 “총선에 빨간 불이 들어와 깜박거리고 있습니다”라며 “민심 앞에 두려워하고 절제하고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말로 끝까지 완주할 것이란 의지를 나타냈다.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 임종석 전 의원의 의지 표명 등 최근 민주당 내에서 튀어나오는 일련의 모습들은 당 내 친명과 친문의 알력 다툼이 상당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낼 수는 없는 법이다.
친문 좌장으로 평가 받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31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언주 전 의원에게 ‘민주당과 함께 하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다”며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통 큰 연대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정 의원은 “당 내에서 거부감이 많고 비판도 많은 상황이다”라며 “이언주 의원의 거취가 어려워진 상황이고 이 전 의원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마무리했다.
정 의원의 이날 발언은 반발하는 당 내 인사들로부터 이재명 대표에게 향하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려는 의도와 함께 이언주 전 의원을 끝까지 당 안으로 들이겠다는 의지까지 엿보였다. 이 전 의원을 들이는 순간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자신을 따르지 않는 친문 세력까지 벨 수 있는 양날의 칼을 품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정확한 내막은 장본인들만 알겠지만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비위 사건으로 성남 중원구 공천에서 낙마한 것은 많은 해석이 나오게 했다.
이재명 대표를 온 몸으로 막아내며 공격수 역할까지 충실히 해온 현 부원장이 물러나고 친문으로 분류되는 현직 윤영찬 의원의 공천이 거의 확실하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친문의 면을 살려주었고 친문과 친명 사이 휴전이 시작되었다는 시그널로 보인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그 동안 친명 진영의, 여권과 친문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가 암중모색에 들어간 후 누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까하는 궁금증을 낳게 하기도 했다. 이럴 때 이재명 대표의 ‘이언주 의원 복당 권유’라는 뉴스가 나온 것이다.
일단 31일 정성호 의원이 급하게 잡은 듯한 ‘내 탓이오’ 인터뷰, 그리고 같은 날 홍익표 원내대표도 급하게 잡은 듯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의 ‘이재명 대표가 아닌 이언주 전 의원이 먼저 복당 요청”이라는 발언을 통해 친문과 친명은 다시 내부투쟁·외부평화 모드로 들어간 것 같다.
결국 누가, 어디를, 얼마나의 문제 아니겠는가. 증기가 배출되고 있는 압력솥의 안전밸브를 강제로 막으면 결국 압력솥은 폭발하는게 이치이다. 막으려 해도 압력솥 안의 증기 배출을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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