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재심 통해 공권력 잔인성 드러내겠다”
일명 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11년 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 판결된 부녀가 재심 결정을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2-2부(오영상·박성윤·박정훈 고법판사)는 이날 살인·존속살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B(74)씨와 딸 C(40)씨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검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주장과 초동수사 당시 수집된 화물차 관련 CCTV 자료가 새로 발견된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라남도 순천시 황전면의 한 마을에서 밭일을 하던 동네 주민 4명이 독극물인 청산가리(정식명 사이안화 칼륨)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이 중 50대 여성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치명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사망한 A씨(당시 59세)의 남편 B씨(당시 59세)와 그녀의 딸 C씨(당시 25세)가 지목되었고 2012년 3월 대법원 최종심을 통해 B씨는 무기징역, C씨는 20년형이 확정되어 현재까지 복역 중이었다.
당시 사건은 근친상간, 존속살해를 포함한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사건의 본질 보단 가십성 이야기에 주목한 뉴스가 난무했다.
부녀 간의 근친상간을 숨기기 위해 B씨와 C씨가 공모해 A씨를 살해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A씨를 포함한 동네 주민 4명에게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게 했다는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의 수사 결과에 사회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이후 B씨 부녀는 재심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확정판결을 받은 지 11년 만인 지난해 1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심문기일에서 박준영 변호사는 100편에 달하는 검찰 진술 녹화 영상 편집본을 증거로 제시하며 검사와 담당 수사관이 회유, 기만, 강요, 압박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허위 자백 강요 등은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재심 요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지적 능력이 정상인의 범주보다 부족한 C씨에게) 생각을 주입해 유도신문 하는 등 위법하게 수사권을 남용했다”며 “경찰이 초동수사 당시 수집한 화물차 CCTV 증거와 진술도 배치돼 기존 판결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 변호사는 재심 당사자인 B씨와 C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도 재판부에 요청해 받아들여졌고, 이들 부녀는 이날 교도소 밖으로 나와 재심을 준비할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수사 절차와 실체 모두 문제가 많은 사건으로 재판부가 이를 인정해 재심이 개시를 결정했다”며 “수감 중인 재심 당사자들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받아들인 것도 매우 드문 사례로, 재심을 통해 공권력의 잔인성을 최대한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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