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산업·통상·외교 수장이 잇따라 미국 워싱턴을 찾아 관세 재부과 방침 철회를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미 고위급 연쇄 협의가 사실상 빈손으로 마무리되면서 정부 안팎에선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관보에 공식 게재하는 절차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당초 예정됐던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이 무산되면서 릭 스위처 USTR 부대표와만 회담했다. 여 본부장은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한미 무역 합의에 담긴 (대미) 투자나 비관세 부문에 있어 한국이 약속한 대로 이행할 의지가 있고, 그게 진전을 보인다는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은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 사정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자 시점과 이행 속도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본부장은 관세 인상 관보 게재와 관련해 “(관보 게재가) 미국 내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미 관세 합의와 양국 협력 전반을 논의했다. 회담 직후 양국은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 조선 등 핵심 산업 분야 협력을 공통으로 언급했지만, 국무부는 “미국의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투자 확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혀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재차 강조했다. 반면 국무부 자료에는 관세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조 장관은 한미 관세 합의와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국내적 노력을 설명하고, 통상 당국 간 원활한 소통과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 당국 차원에서도 계속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또 “연내 구체적 이정표에 따라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 조선 등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루비오 장관의 주도적 역할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관세 갈등이 안보·산업 협력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국무부는 외교부가 언급한 ‘연내 이정표’나 세부 협력 일정에 대해서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한반도 현안을 두고도 미묘한 온도 차가 드러났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북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지만, 국무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표현을 포함시켰다. 남북 대화보다는 비핵화 원칙에 방점을 둔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정부는 한미 간 추가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관세 재부과를 둘러싼 미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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