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신임 지도부·당 정책위, ‘무기력 대응’ 지적도…김기현 ‘오직 민생’ 취임 일성 무색해져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박형빈 기자 = 국민의힘이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속앓이하고 있다.
당내에선 정부의 정책 발표와 홍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당 정책위원회가 정책 혼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에서 ‘주 69시간’이 지나치게 부각된 나머지, 현행 주 단위로 묶인 근로시간 상한을 월·분기·반기·연 단위 등으로 선택지를 늘리는 제도 취지가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당 정책위와 총리실·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악화한 여론을 진화할 타이밍을 놓쳤고,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연동돼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16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3월 3주차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5%로, 지난주 대비 2%포인트(p) 하락했고, 국민의힘 지지율도 지난주보다 5%p 곤두박질친 34%로 집계됐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 개편안에 대한 ‘찬성’은 40%, ‘반대’는 54%로 나타났다.
이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 69시간제는 과도하다고 당에서 정책주도권을 갖고 먼저 목소리를 내서 당 지지율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지율 하락세는 출범한 지 일주일 된 김기현 신임 지도부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기현 대표는 ‘오직 민생’을 취임 일성으로 내걸고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겠다고 공언했다.
이준석 전 대표 사퇴 이후 임시 지도부인 비대위 체제를 거치는 동안 약해진 당 정책 기능을 강화해 민생과 직결되는 정책 이슈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
‘일 잘하는 정부·여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정부 심판론보다는 정부 지지론을 견인하겠다는 전략도 깔렸다.
그러나 정작 2030 청년세대와 중산층·서민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 69시간제’ 갑론을박에는 당이 ‘무대응’에 가까운 무기력함을 보이면서 김 대표의 취임 일성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대통령실이 사흘 연속 브리핑을 갖고 개편안에 대한 보완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형국이다.
김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69시간은 너무 과도한 (근로) 시간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지만 당 정책위 차원의 구체적인 보완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 69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탄력성을 부여한다고 해도 너무 과도하다”며 “업종별로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한국 노동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와 비교해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며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탄력 근로제를 확산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이므로, 이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 일각에선 정책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엔 신임 정책위의장 지명이 늦어진 탓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당헌·당규에 따라 정책위의장의 경우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김 대표가 새 정책위의장을 임명해야 하지만, 그간 주호영 원내대표와 발맞춰 온 성일종 정책위의장의 거취 문제가 연동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고용노동부가 발제를 맡고,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관계자,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 관계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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