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모(68)씨를 20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차씨는 지난 7월 1일 오후 9시 26분경 자신이 운전하는 제네시스 G80 차량을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한 후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치사·치상)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급발진을 주장해 온 차씨의 진술과 달리 검찰은 과학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 원인이 가속페달 오조작 때문이라 판단했다.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의 신발 바닥엔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만 생길 수 있는 자국이 찍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이달 1일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에는 과학수사 기법을 활용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 차씨가 가속페달을 잘못 밟아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검찰은 우선 대검의 ‘자동차 포렌식’ 기술을 통해 사고 차량의 전자장치(AVN)에 저장된 위치정보 및 속도가 사고 전후 자동차의 운행 정보가 저장되는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영상의 속도 분석과 일치하는 점 등을 확인했다.
또한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굳어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브레이크등(제동등)도 켜지지 않았다”며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차씨의 운전 미숙으로 결론내렸다. 차씨가 사고 당시 신고 있던 우측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이 브레이크가 아니라 가속페달과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직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차량에 대한 실험을 의뢰한 결과 차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실험 결과 진공배력장치(작은 힘으로 밟아도 강한 제동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장치가 작동하고 제동등이 켜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고 영상에 따르면 차씨의 차량이 사고 충격으로 멈추면서 순간적으로 제동등이 점등됐던 것을 제외하면 역주행을 하는 동안에는 제동등이 켜져있지 않았다.
검찰은 다수의 생명침해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 조항이 없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번 사고의 경우에도 가해자의 법정형은 금고 5년(경합범 가중시 7년6개월)에 불과하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다중 인명 피해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은 “가중처벌 규정이 도입되면 피해 규모나 죄질,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엄중한 처벌이 가능해지고, 국민의 생명·신체·안전 등 기본권이 보다 철저히 보호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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