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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 본토 일부 점령…푸틴 지도력에 의구심 커져

우크라, 러 쿠르스크 일부 점령

종전 바라는 미국에 보여주기 의도도

우크라이나의 기습적인 러시아 본토 공격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권위가 실추되었다.

11일(현지시간) AFP, 타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를 수 십킬로미터 돌파하며 러시아 본토에서 지상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900일을 맞은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본격적으로 진격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 러 본토 일부 점령…푸틴 지도력에 의구심 커져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발포하는 우크라이나 탱크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국경에서 각각 25㎞,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군 기동대의 돌파 시도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Mi-28NM 공격 헬기가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무기를 공격해 모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누적 병력 손실은 최대 1천350명에 달하며 지금까지 탱크 29대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본토의 일부를 외국 군대에 내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그 동안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점령하며 공세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던 러시아군이 자국 영토를 뺏긴 것만으로 푸틴의 지도력이 흔들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병력을 집중시키며 쿠르스크 공격 엿새째인 11일에도 밀리지 않고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측 민간인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쿠르스크 시내 주택에 우크라이나 미사일 파편이 떨어지면서 13명이 다쳤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했다. 대규모 피란민도 발생했다. 타스 통신은 지금까지 총 8만4천명 이상이 쿠르스크 국경지대에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쿠르스크 전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규모 공격으로 평가받는다.

쿠르스크는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천연가스관 시설의 핵심 콘트롤타워가 자리 잡고 있으며 쿠르스크 원자력 발전소도 가동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들 주변 지역을 하나씩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국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군사작전 중임을 공식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정례 연설에서 “침략자(러시아)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 행동에 대해 보고 받았다”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러시아가 우리 영토에 전쟁을 몰고 왔으니 그들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느껴봐야 한다”고 말한 것 외에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직접 언급을 삼가왔다.

러시아 쿠르스크를 진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기계화 차량을 수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습적인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에 자존심이 상한 러시아는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군대의 강력한 대응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반격에 나서 10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교 브로바리 지역을 폭격해 민간인 2명이 숨졌다. 키이우에선 이날 밤 거듭 폭음이 울렸고 공습경보가 울렸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밤새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 57대 중 53대를 격추했으며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에는 북한산 미사일 4기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반격에 실패한 이후 잇따라 자국 북동부 영토를 잃으며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며 모처럼 사기를 끌어올렸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이번 공격으로 그간 줄어들었던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환기하고 지지부진해졌던 서방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공격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적의 영토에서도 복잡한 작전을 수행 가능하다고 서방과 동맹국에 보내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자원을 집중해 러시아 본토를 점령해 들어간 것은 은근히 현상유지 조건의 종전을 바라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 대비한 ‘협상카드’를 마련하기 위해 쿠르스크로 진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본토 공격이 성과를 거두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하게 되더라도 우월한 입장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사람들이 우크라이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주변을 걷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뉴스위크는 러시아 내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과 관련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경질설까지 흘러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지난 8일 푸틴 대통령이 소집한 안보 회의에 불참했다.

이번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격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우수한 성능의 서방제 무기가 대량으로 공급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엔 사용하지 않도록 제한했으나 지난 5월 러시아의 하르키우 공격 이후 제한을 철회하고 있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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