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19세 오예진(IBK기업은행)이 금빛 과녁 정중앙을 맞췄다. 오예진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같은 종목에서 31세 베테랑 김예지(임실군청)가 은메달을 목에 걸어 대한민국 사격의 저력을 세계 만방에 과시했다.
한국 사격 선수가 올림픽 시상대에 함께 올라간 건 2012 런던 대회 50m 권총 진종오(금), 최영래(은)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오예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50m 권총 진종오 이후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 신기록도 세웠다.
한국 사격 대표팀은 대회 첫날인 27일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의 공기소총 10m 혼성 은메달을 시작으로 대회 이틀째인 28일 사격에서 메달 두 개를 추가하면서 역대 최약체로 평가 받았던 한국 올림픽 선수단의 기를 세웠다.
공기권총 10m 결선은 먼저 8명의 선수가 10발을 쏘고, 이후 2발씩 쏴서 최저점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한다. 1발당 만점은 10.9점이다.
오예진은 첫발부터 10.7점의 쏴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더니, 10.8점과 10.2점, 10.6점 등 4발 연속으로 10점대 과녁을 뚫었다. 5발째 9.9점으로 처음 10점대에서 내려오더니, 6발째는 8.7점으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오예진이 잠시 주춤한 사이, 김예지가 치고 올라오면서 두 선수는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 10발까지 사격을 마쳤을 때, 오예진이 101.7점으로 1위, 김예지가 0.2점 뒤진 101.5점으로 2위였다.
오예진과 김예지는 한 명씩 탈락하는 12발 이후에도 둘이서만 1위와 2위를 주고받으며 동반 메달 가능성을 키웠다. 3위로 마누 바커(인도)가 경기를 마치자 남은 건 오예진과 김예지의 금·은메달 경쟁이었다.
오예진이 222.6점, 김예지가 0.8점 뒤처진 221.8점에서 마지막 두 발로 금메달을 향한 마지막 일격에 나섰다. 김예지가 첫발에서 9.7점에 그친 사이, 오예진은 10.0점을 쏴 1.1점까지 점수를 벌려 사실상 금메달을 확정했다. 마지막 발에서 오예진은 10.6점을 명중해 243.2점으로 올림픽 결선 신기록까지 수립하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김예지는 241.3점으로 은메달을 가져갔다.
오예진은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 35위로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란 예상을 벗어난 선수였다. 지난해 고교 9관왕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서 싸우려면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예진의 금메달에 이날 사격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장갑석 감독을 비롯해 홍영옥 코치, 사격연맹 관계자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까진 생글생글 웃고 있던 오예진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눈시울을 붉혔다.
오예진은 29일 열리는 공기권총 혼성 본선, 30일 결선 경기에서 이원호(KB국민은행)와 호흡을 맞춰 다시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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