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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도 하고, 문제도 팔고…현직 교사들의 배신

현직 교사 A씨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모의평가에 검토진으로 참여하는 등 수능의 출제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위치였다. 또한 교사 B씨는 수능 출제위원으로 선정되어 직접 수험생들이 풀게 될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문제 출제의 공정성을 위해 이들 교사들은 출제위원 혹은 검토위원이 되기 전 수능 관련 수험서를 집필하거나 사교육업체와 교류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평가원에선 이를 위해 선정되기 전 그런 사실이 없다는 확약서를 제출 받는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들 교사는 지속적으로 출제 예상 문제를 만들어 대형 사교육업체에 판매하며 최대 2억5400만원까지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 출제도 하고, 문제도 팔고…현직 교사들의 배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진=연합뉴스)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22일 현직 교사들이 사설 문항을 제작해 다수의 사교육업체에 판매하고 이익을 챙긴 것을 확인해 총 69명을 입건하고 24명을 1차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에 따르면 공교육과 사교육이 공모한 카르텔의 대범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정 교사는 평가원에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알게 된 출제 정보를 활용해 예상 문항을 만들었고 이를 모의평가 시행 전 사교육업체에 돈을 받고 판매했다.

작년 7월경부터 현직 교사들과 사교육업체가 연계된 카르텔에 대해 조사를 이어간 국수본은 사교육업체에 수능 관련 사설문항을 제작·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현직 교사 11명과 특정 학원과 전속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수령한 교사 3명을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수사 결과 현직 교사들의 모럴 해저드는 심각한 수준임이 밝혀졌다. 현직 교사가 평가원에서 주관하는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할 경우, 최근 3년간 수능과 관련된 상업용 수험서 집필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출제위원 후보자 자격 심사자료’를 제출해야 함에도 이를 숨기고 직접 문제를 출제했다. 국수본은 의심되는 22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이 중 19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송치했다.

교사들은 수능 관련 사설문항을 제작·제공한 대가로 문항당 평균 10만원, 많게는 20~30만원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부 교사는 전속 계약을 맺고 많게는 3000만원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수본은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계속해서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 수사 중인 나머지 사교육 카르텔 사건 40명에 대해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고,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입시 절차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건전한 교육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실효적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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