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제3 장소 조사는 특혜”
임기 2개월도 안 남았지만 자진 사퇴는 “글쎄…”
이미 검찰 내 이 총장 ‘패싱’ 분위기 팽배했다 알려져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은 원칙을 어긴 일이라며 사과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3초 간 침묵한 후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이 총장은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으로 13시간 가까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에게 조사 시작 10시간 후에나 조사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공개 소환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관할 내 정부 보안 청사로 소환해 대면 조사를 실시했다.
취재진들이 “사후 통보, 총장 패싱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총장은 “오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게 돼 있다”며 “진상을 파악하고 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창수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징계를 당했을 때인 2020년 대검찰청 대변인을 맡으며 윤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이다. 일각에선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보다 윤 대통령의 신임을 더 받는 핵심으로 분류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검찰 내부에서 이 총장을 패싱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자진 사퇴할 의향은 없냐는 질문에 이 총장은 “2년 2개월이나 검찰총장 역할 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무슨 여한이 있고 무슨 미련이 남아 있겠느냐”면서도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그때 제 거취에 대해 판단해보겠다”고 밝히며 미련이 있음을 나타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으로 부임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같은 해 9월 정식으로 총장으로 취임해 오는 9월 15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검은 21일 “김 여사 조사 과정에 대해 검찰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검찰총장이 이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관련 사건을 조사하느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총장은 보고받은 직후 크게 화를 내며 주변에 거취와 관련한 언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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