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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깬 바이든…결국 떠밀려 사퇴 발표

2020년 대선 때 ‘가교’ 되겠다고 공언 후 46대 美 대통령에 당선

민주당 상하원 중진까지 나서자 결국 포기

인지력 저하 논란, 건강 이슈로 끝내 사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 여름 밤의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는 50년이 넘는 정치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81세의 고령과 인지력 저하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끝내 당내 중진들까지 나서 자진 사퇴를 종용하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꿈에서 깬 바이든…결국 떠밀려 사퇴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강력하게 사퇴 압력으로부터 버텼지만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과 전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의 사퇴 압박에 이어 자신이 믿고 따랐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침묵이란 압박을 이길 수 없었다.

바이든은 1942년 11월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났다. 자동차 영업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4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본인 스스로 넉넉하지 않은 집안 환경에서 시작(Humble Beginnings)했다고 표현한다.

이후 10살 때 델라웨어주로 이주하면서 그 곳이 자신의 정치적 토대가 되었다. 델라웨어대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고 이후 시러큐스대 로스쿨에 진학해 졸업한 뒤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1970년 델라웨어주 뉴캐슬 카운티 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고, 1972년(29세)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해 공화당 현역 의원을 꺾고 당선되며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미 역사상 5번째로 젊은 나이에 당선된 것이자 국가 설립 초기를 제외하면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는 최연소 기록이었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돼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고,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마침내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취임 당시 78세로 이미 미 역사상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란 기록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당선 한 달만인 1972년 12월 교통사고로 아내와 13개월 된 딸을 잃은 바 있다.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었던 차남 헌터는 불과 3세의 나이에 이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바이든은 당시 충격으로 의원직 사임까지 고려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위기를 넘기고 이듬해 아들들이 입원한 병실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영어 교사였던 현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는 1977년 재혼해 딸을 얻었다.

장남 보 바이든은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을 두고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며 끔찍이 아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보는 2015년 뇌암으로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를 했던 바이든은 장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슬픔에 빠져 출마의 뜻을 접기도 했다.

차남 헌터는 유년 시절 겪은 충격 탓인지 헌터는 젊은 시절부터 술에 빠져 살았고 마약에도 손을 댔다. 헌터가 받아온 우크라이나 기업 유착 의혹, 탈세 의혹, 불법 총기 소유 유죄 인정 등은 정치적으로도 두고두고 아버지에게 짐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대선 후보 토론은 그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더듬고 긴 문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등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부족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더해 연일 지지율이 올라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여론조사 격차가 커짐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 안팎의 후보 사퇴 요구에 대해 “만약 전능하신 주님이 선거를 관두라고 하면 관두겠지만, 주님이 (지상에)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대선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아 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인 지난달 13일 피격으로 부상을 당하면서 공화당 내 ‘영웅’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려 다시 발이 묶이는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당내 지지가 급속도로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당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도 등을 돌리면서 ‘완주 의지’를 고수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당안팎의 여론에 백기를 들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따라 민주당은 다시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식 사퇴 발표 이후 별도의 글을 통해 “2020년 대선 후보로 내가 내린 첫 결정은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이며 그것은 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라면서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고 밝히며 카멀라 부통령의 대선 후보 선출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대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CNN에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했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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