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기능 대부분 수행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정부, “여가부 폐지와 관련 결정된 바 없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민주당 반발 고려한 듯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와 이민, 지역소멸 등 각종 인구정책을 총괄하게 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사회부총리를 기존 교육부 장관에서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으로 변경한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밝히며 유명무실해진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부는 고위당정협의 등을 거쳐 급격한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는 안을 1일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인구전략기획부는 보건복지부가 전담했던 인구정책 및 기획재정부의 인구 관련 중장기 발전 전략을 이관받아 ‘인구정책 및 중장기 전략’ 기능을 수행한다. 아울러 저출생, 고령사회, 인력·외국인 등 부문별로 전략·기획 기능도 신설하고 각 부처의 인구 위기 대응 정책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및 사업은 기존처럼 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이 담당하고, 중앙·지자체 장은 저출생 사업 신설 혹은 변경 시 인구전략기획부와 사전에 협의하는 구조로 계획되어 행정 효율만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가 저출생 사업 관련한 예산을 주도적으로 운영·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강력한 컨트롤타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정기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브리핑하면서 “저출생 사업에 대해 (예산 편성 전) 인구전략기획부가 사전 심의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구속력 있는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여부는 “정부 내에서 조금 더 논의와 검토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말을 아꼈다.
김 국장은 “여가부의 청소년과 학교밖 돌봄, 교육부의 유치원·보육원 통합 등 여러 저출생 업무는 여가부가 그대로 수행한다”며 “여가부 기능의 (인구전략기획부로의) 이관은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여가부 폐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지금 여가부 폐지를 전제로 한 정부조직법은 발의된 게 없다”며 “이번에 제출하는 법안에도 여가부는 그대로 현행처럼 존치하는 안으로 해서 발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가부 폐지를 공론화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2022년 10월 여가부 폐지 조항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야당이 여가부 폐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당시 정부조직법은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고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만 통과했다.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지 않은 것은 발의한다 해도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가운데 통과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여가부 폐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인구전략기획부의 신설이 늦춰지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지난달 3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한국 정부에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을 철회하고, 즉각 여가부 장관을 임명할 것’을 권고한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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