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안된 유산도 전문가 검토 거쳐 선정 가능
성냥제조기계, 삼륜자동차 등 1만3195점 접수
위원회 심의 거쳐 최종 선발 예정
앞으로 국민의 기억 속 유산뿐만 아니라 케이팝(K-pop), 케이무비(K-movie), e스포츠 등도 예비유산이 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오는 9월부터 50년이 안된 유산도 심의해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해 지원한다. 이미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국가지정유산뿐만 아니라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삶과 역사·문화를 대표해 앞으로의 가치가 충분한 유산들을 발굴하는 취지이다.
지난해 9월 제정한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시행하는 예비문화유산제도는 건설·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았으면서 높은 미래가치를 보유한 문화유산을 발굴해 보존·관리하는 제도이다.
유산청은 예비문화유산제도 시행에 앞서 예비문화유산이 될 만한 대상을 찾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달 한 달 동안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찾기’ 공모전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생활유산과 산업,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361건 1만 3195점의 근현대문화유산을 접수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국민의 과거 생활사와 관련이 깊은 유산들이 많이 접수됐다.
국내에서 마지막까지 성냥을 생산했던 경북 의성의 성광 성냥공업사에선 1982년 제작된 자동 성냥 제조기를 접수했다. 이는 국내 유일하게 남은 근현대 성냥 제조업 관련 산업유산이다.
흔히 ‘쓰리쿼터’라고 불리던 삼륜 화물차도 이번 공모를 통해 들어왔다. 1967년부터 1974년까지 생산되었다가 단종된 기아 T-2000는 현재 국내 단 1대만 보존되어 있다. 당시 주로 국내 자영업자와 용달회사 등에서 사용하였던 모델이며, ‘연탄 배달차’로 국민의 기억에 남아있는 근현대 생활유산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한국 브리태니커 대표를 역임한 한창기(1936~1997) 대표가 1976년 3월 창간한 <뿌리깊은나무>의 친필원고가 있다.
<뿌리깊은나무>는 정기구독자가 최대 6만 5000명에 달했던 우리나라 대표적 월간지 중 하나다. 당시에는 드물게 순우리말 제목에 한글만 사용해 원고를 작성했고, 인쇄본에 처음 가로쓰기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편집 디자인을 사용했다.
이번에 접수된 친필 원고는 한창기 대표가 창간호부터 직접 쓴 원고로 보존상태가 양호해 당시 잡지 발간사의 중요 사료로 꼽을 수 있다.
유산청은 이번 공모를 통해 접수한 문화유산들에 대해 기초자료 조사와 지자체 협의(소유자 동의), 각 분야 전문가 검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유산청이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그동안 50년이 경과되지 않은 근현대문화유산이 멸실·훼손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예비문화유산 제도의 도입을 통해 가치 있는 미래유산의 멸실을 방지할 수 있다”며, “미래세대가 주체가 되어 이를 지정 또는 등록해 더욱 폭넓게 보존·향유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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