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내 힘든 조치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할것”
확성기방송 재개 위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착수 예정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NSC 상임위 확대회의 결과 브리핑
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도발과 관련,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포함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를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따른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 따라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한이 가장 꺼려하는 대북 심리전 카드인 확성기 방송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철거되었다. 당시 문 정부는 판문점 선언 2조1항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는 조항과 9·19군사합의 1조의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는 조항을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에 족쇄를 채웠다.
하지만 이미 북한에 의해 9·19군사합의가 무력화 된 마당에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을 제한하는 조항들을 계속 지켜야 하냐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장 실장은 “오물풍선 살포와 GPS 교란 행위는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북한 정권은 저열한 도발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실제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을 가해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물풍선 살포나 GPS 교란과 같은 도발을 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며 “반복될 경우 대응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의 의미에 대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게 아마 북한 측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특히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하는 시점에 대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북한에 경고했었고, 시간을 줬는데 경고가 나가자마자 바로 답이 온 것”이라며 “저희도 굳이 시간 끌 필요 없이 필요한 조치를 위한 절차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9·19군사합의 중 확성기 방송 재개를 막는 조항 뿐 아니라 합의 전체에 대한 무효화 카드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우리 군의 대북 억지력을 스스로 묶는 족쇄를 벗어 던지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고도의 압박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르면 오늘부터라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필요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31일 통일부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멈추지 않으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가 다시 꺼내든 대북 확성기는 북한 전방 지역 병사 및 주민들의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의 최신형 고정식 및 이동식 확성기는 약 40여 개로 알려져 있는데 저녁 시간에는 최대 30km 밖에서도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으로 전해진다.
국군심리전단에서 운용중인 확성기 방송은 대한민국의 뛰어난 수준의 일기예보 등은 물론 북한 병사들이 즐길만한 음악 및 국제 뉴스와 스포츠 등이 주요한 내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실제적인 북한 내부 소식을 일부 전함으로써 북한 병사들의 방송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북한의 최전방 병사들이 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하는 경우도 꽤 자주 있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전방 지역 병사들에게 방송 내용을 믿지 말라는 정훈 교육도 자주 시행한다고 전해진다. 지난 2015년 8월에는 북한에서 확성기에 발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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